▲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지난 13일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으로 이뤄진 안보체제인 쿼드(The 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정상회의가 열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쿼드는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반 중국 연합 협력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쿼드가 개최된 것을 보면 미국의 대 중국 견제에 동맹국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이기도 한다.

물론, 쿼드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각을 세워 온 미국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정치·군사·외교는 물론 경제·사회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 다른 참여국들의 입장은 서로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 상황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다자안보기구로의 발전 가능성을 논할 정도도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쿼드는 그냥 삼킬 수도 내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단순히 미국은 한국의 가입을 재촉하고, 중국은 비가입을 압박해서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쿼드는 거기에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우리의 국익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큰 의미가 있는 다자간 협의체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지정학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한미 동맹 유지와 안전보장 관련 이슈가 가장 크겠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은 물론 미국의 대 중국 전략 변화에 관한 우리의 입장 반영 여부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더군다나 대 중국 관계에 있어서도 쿼드는 우리의 이익을 반영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의 반발로 제2의 사드(THADDA)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중국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경제적으로도 보면 쿼드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우리의 1, 2위 수출 대상국이라는 점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쿼드는 미국과 중국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역내 안보 불안과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해상 운송 봉쇄 등과 같은 우리 수출 환경 악화 요인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쿼드가 신기술에 대한 대응과 미래 혁신을 지배할 규범과 표준 확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 또한 중요한데, 이는 어떤 식으로 든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한 나라로 어떻게 든 이들과의 관계에서 국익 최대화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고 이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쿼드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 되지만, 참여하든 하지 않든 쿼드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약이 될 수도 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당장 쿼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과 침묵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 국무장관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이 현재의 미중 관계를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 규정하면서, 중국이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국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를 볼 때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우려가 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제 곧 쿼드 불참과 이로 인해 발생할 리스크에 사후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쿼드 참여로 주요 의사결정에 외교력을 발휘해 적어도 우리 경제에 유리하도록 활용할 지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아무쪼록 그 때가 되면 현재는 물론 미래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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