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 연호지구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논란…수달 등 법정보호종 고의 누락 의혹

발행일 2021-03-21 23: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연호지구 환경영향평가 법정보호종 수달 등 누락 의혹 제기돼

현지조사 횟수와 방식 놓고도 입장 갈려, 신뢰엔 이미 금 가

대구 연호 공공주택지구 수달 출몰지역.


대구 연호 공공주택지구 조성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주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지구 내 멸종위기종인 수달 등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의도적으로 빠뜨렸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연호지구 주민들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분당 서현지구 주민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지구지정 취소 소송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존재와 관련, 국토부의 환경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손을 들어준 판례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날 판결에 항소를 한 상태지만 지금으로선 2천500여 가구의 공공주택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환경영향평가가 현장과 다르다는 게 밝혀진다면 연호지구 지정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LH는 2018년 수성구 연호·이천동 일원(89만6천789㎡)에 수용세대 3천900여 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하면서 지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LH는 문헌조사 및 현지조사를 한 뒤 ‘수달 등 법정보호종이 사업지구 안에 서식하지 않고 있다’라는 것을 전제로 공공주택사업 입지가 타당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놨다.

평가서에는 ‘수달은 계획지구 북측으로 약 1.6㎞ 떨어져 있는 금호강과 합류되는 수계에서 배설물로 확인됐다. 주요서식지는 지구 내가 아닌 금호강변으로 판단된다. 사업이 종(수달)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됐다. 도롱뇽과 맹꽁이는 문헌조사 및 현지조사 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20일 대구 연호지구 대책위원회 이현자 간사가 사업지구 내 수달 출몰지역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연호동 주민들은 증거자료로 사진까지 찍어 제출했지만, LH가 의도적으로 보고서에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지구 내에 있다고 주장하는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1급 멸종위기종 수달을 비롯해 황조롱이, 쇠백로, 도롱뇽, 맹꽁이, 두꺼비 등이다.

연호지구 대책위원회 이춘원 총무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고도 지구 내에서 수달과 맹꽁이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롱뇽의 경우 가정집 장독대만 들춰도 발견된다”며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서)며칠간 잠복 끝에 수달 사진을 찍어 제출했지만,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빠져 있었다. 이미 결과를 내놓고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조사 횟수와 방식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LH는 환경부 규정에 따라 문헌조사 및 현지조사를 통해 지구 내 동식물상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중 현지조사는 사계절에 걸쳐 총 6회 진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주민들은 LH에서 진행한 사업지구 현지 조사는 2회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회당 2시간 내외로 마쳤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LH가 주장하는 6회 현지 조사 증명을 위해 해당 직원들의 고속도로 통행료 및 숙박료 영수증 제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대책위 이현자 간사는 “지구 내 맹꽁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된 야간 청음조사의 경우 단 한 번 진행됐고, 맹꽁이가 주로 활동하는 5~6월이 아닌 9월에 진행됐다. 현지 조사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엉터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연호지구 환경영향평가는 관련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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