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인적 물적 피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지만 세계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지난 해 열릴 예정이었던 2020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Paralympics)은 1차례 연기 끝에 결국 해외 관중없이 개최하는 것으로 확정됐을 뿐 아니라 그 규모도 상당히 축소된다고 하니 세계 스포츠계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실망스럽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한 일이 된 것 같아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

물론,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이미 해외에서 판매된 티켓 63만 장을 포함해 이와 연관된 패키지 항공료와 숙박 요금 등은 환불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등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관광 등 타 분야도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해외 관중의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자국 내 관중을 50% 정도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약 17조 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이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무관중이든 관중 수를 경기장 수용 규모의 50%로 하든 무제한으로 하든 해외 관중없이 치러질 것이지만,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큰 지금 상황에서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관심있게 살펴봤다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라는 표면적인 이유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에 이뤄진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내각의 정책의사결정과정에 관한 의문이다. 당시 도쿄도지사를 포함한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비상사태선언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연기 결정 후에 서야 겨우 정부 차원의 코로나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정책의사결정이다.

음모론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일본 내에서는 아베노믹스(Abenomics)를 통해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세계사적인 재난을 극복하고 경기 회복에 성공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려는 이른바 아베 전 총리 및 집권 여당의 치적 남기기를 위해 일본 국민들이 희생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등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내각이 이런 불만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집권 초기에 기득권 타파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등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권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한 때 70%대까지 급등했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코로나 방역 실태는 물론이고 가족 및 관료들의 부패스캔들, 총리 자신의 결단력과 소통 능력 부재 등으로 한 때 30% 초반대까지 급락한 것이다.

더욱이,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1천500명 내외 수준을 보이는 긴박한 상황에서 코로나 재확산 예방을 위한 긴급조치를 해제하고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려는 스가 총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아베 전 총리 못지않게 곱지 않다. 연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올림픽의 개최가 세계와의 약속이고, 개최국으로서는 큰 명예이자, 정치인으로서는 큰 정치적 치적이 되는 등 개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굳이 일본 국민이 아니어도 의문이 들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올림픽만큼은 관심을 끌지 못하겠지만, 우리 국민들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은 두말할 것도 없고 일자리나 주거, 불평등 등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당장 해결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적어도 올림픽 개최 여부를 두고 보여준 일본의 최고 정책의사결정 책임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알았으면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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