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첨단기업 해외 매각…기술 유출 빨간불

발행일 2021-04-01 16:30: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미국가산단의 첨단 기술력 보유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6년간 해외로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은 121건에 달한다. 이 중 29건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산단 입주업체인 매그나칩반도체(매그나칩)는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 캐피탈과 최근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4억 달러(약 1조6천억 원)이며 인수 절차는 올 하반기 마무리될 전망이다.

매그나칩의 주력 생산품은 TV,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등이다. 보유한 기술특허는 3천 건이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1조 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이번 매각이 최종 성사돼 매그나칩이 보유한 OLED 칩 관련 핵심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경우 한국 OLED 산업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구미공단 소재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가 중국계 기업인 바이탈 머티리얼즈에 매각됐다. 이 업체는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패널 등에 코팅을 입혀 투명성과 전도성을 확보하는 타깃(투명전극재료)을 생산한다. 매각 후 케이브이 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현재 세계시장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매그나칩 매각 계약 체결 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중국자본으로의 매각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있다. 또 구자근 의원(구미갑)을 비롯한 국회 산업통상위 소속 의원 10명은 지난달 31일 “매그나칩의 중국 매각을 통한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이 인수한 뒤 핵심 기술만 빼가고 기업을 청산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어 기술유출 우려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통상 고용보장도 5년에 그쳐 향후 고용상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매그나칩에 기술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국가 핵심기술 보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 1월 반도체 등 12개 분야 71개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핵심기술 보유기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기업 간 자유거래는 제한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간 기술패권 시대다. 국가 전략사업에 속한 기업이나 기술이라면 적극적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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