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구 동구 도동 향산마을(도동측백문화마을)에서 만난 서관교 마을주민협의체회장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서 회장의 말대로 이날 마을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젊은 커플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도동측백나무숲 앞에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인생 샷을 찍으려는 커플들이 긴 대기 줄을 형성하기도 했다.
향산마을 도시재생 사업이 2일 커뮤니티센터 개소식을 끝으로 5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사업이 진행된 도동 향산마을 일원(4㎢)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200여 가구가 거주하는 낡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인 데다 농업 외에는 별다른 수익 수단이 없는 곳이었다.
동구청은 도동측백나무숲을 중심으로 금호강 원줄기 불로천, 향산, 용암산성 등 인근의 우수한 경관 생태를 연결해 관광지 특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업 시작 후 5년, 낙후됐던 농촌 마을은 젊고 화력 넘치는 관광지로 변신했다.
특징 없던 마을 입구에는 측백나무를 연상할 수 있는 진입 게이트가 세워졌다.
측백나무 숲 방문객을 위한 그늘막, 평상 등 쉼터도 확충됐다. 불로천 강변에는 데크와 울타리가 설치됐다. 특히 강 위에서 도동측백나무숲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마을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낡은 담장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벽화로 채워졌다.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던 마을길은 점토 블록으로 포장됐다.
마을 경제를 책임질 앵커시설 커뮤니티센터는 2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2층 규모의 센터에는 사무실과 홍보관, 특산품 판매장, 카페 등이 입주를 완료했다.
인프라가 늘면서 관광객이 덩달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업 시행 전보다 최소 5배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고 했다. 동구청이 진행한 빅데이터 분석결과에서도 사업 시행 후 도동과 측백나무 숲의 연계성이 강화됐고, 관광지 이미지가 덧입혀졌다고 분석됐다.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그동안 없다시피 했던 마을 상권도 생겨났다. 오래된 음식점 한 곳이 전부였던 마을 상권은 현재 카페 2곳과 식당 4곳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소통 부족, 먹거리 부족 등은 숙제로 남았다.
동구청은 향후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에도 도동측백나무숲을 포함할 계획이다. 특히 용암산성, 불로동 고분군, 봉무공원 단산지 등을 잇는 트래킹 코스를 개발, 전국적으로 탐방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을 방침이다.
동구청 정재헌 도시재생담당은 “비록 사업은 끝났지만, 부족했던 부분은 주민들과 함께 완성해 나가겠다”면서 “민·관이 함께 조성했지만 마을의 주인은 주민들이다. 주민들이 마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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