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만남의 장소들 추억 속으로 사라지다…대백남문도 7월이면 문닫아

발행일 2021-04-04 15:31: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약속 장소의 대명사 휴·폐업 및 상호 변경

대구백화점 정문과 남문, 중앙파출소 약속장소 대명사

문화해설사, “대구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 아쉽다”

1990년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풍경. 대구시청 제공.
대구 시민들이 사랑한 ‘추억의 장소’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이 사랑한 향토백화점 대구백화점 본점이 휴업 소식을 알렸고, 중구 삼덕동 중앙파출소도 이미 사라졌다. 개봉영화마다 극장 매표소에 긴줄이 연출되던 한일극장도 옛 모습이 없어진 지 오래다.

어떤 이는 ‘한 시대가 저문 것 같다’며 아련함을 드러냈다.

대구가 사랑한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은 대구 사람이라면 공감할 ‘약속 장소 1번지’다.

유선전화에 의존했던 시절을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무선이동통신(삐삐)를 사용했던 밀레니얼 세대까지 대백은 쇼핑 명소이자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됐다.

그시절 ‘대백 정문’, ‘대백 남문’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이곳은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덥고 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는 7월부터 대백이 휴점을 결정했다. 추억 속 대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출향인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중구골목관광 이영숙 문화해설사는 “대백이 잠깐 휴점을 하는 것을 떠나서 지역 고유 향토문화가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대구지역의 특성이 줄어드는 것은 대구 역사성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라는 하나의 특징적인 것이 사라지면서 전국에 어디에나 볼 수 있는 것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중앙파출소는 약령시 서문 일대(중구 수동 56-1)로 이전해 현재는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대 이하 청년층이 쇼핑하기 위해 모였던 갤러리존은 X:U(자이유)로 상호가 변경됐다. CGV 대구아카데미는 최근 폐점했고, 한일극장은 한일CGV로 변경됐다.

직장인 한모(28)씨는 “지금 여자친구와 처음 만났던 설렘 가득하고 추억이 깃든 장소인데 이런 곳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며 “또 다른 고유 약속 장소들이 머릿 속으로만 기억되는 장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약속 장소였던 곳들이 상징적인 의로만 불리게 됐다.

20대 초반 약속 장소로 여겨지던 곳들은 비슷한 위치이지만 다른 명칭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대백보다는 동성로 ‘중앙무대’, 중파 앞 ‘분수대’, 최근 건립된 ‘태왕 스파크’ 등이 있다.

박준혁 기자 parkjh@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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