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의 고민

발행일 2021-04-11 15:35:5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홍석봉


4·7 재·보궐선거가 막 내렸다. 심은 대로 거둔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4년의 성적표다. 25번이나 쏟아낸 부동산 정책이 파국으로 몰았다. 위선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의 ‘LH 사태’가 결정타다. 국민의 심판은 냉정했다. 1년 전 총선에서 몰아준 지지를 1년 만에 되돌려놨다.

대구·경북(TK)은 이번 선거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K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졌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선거가 던진 과제는 정책 대결 실종과 차악 선택이다. 국민 모두에게 숙제다. 정책 대결은 오간 데 없고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 넘쳐났다. 정책 대결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생태탕’과 ‘내로남불’만 있었다.

-덜 나쁜 후보 선택, 선거 한계 극복 과제

다음 대통령 선거도 보나 마나다. 정책 대결은 정치학 교과서의 퇴색된 이론만으로 남을 뿐이다. 거악 보다는 차악을 선택했다. 기형적인 판도에 인물 대결도 의미가 퇴색했다. 여당 후보 못잖게 야당 후보도 적잖은 문제를 드러냈다. 하지만 민심은 차악으로 향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유권자들은 정치를 두 개의 나쁜 옵션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깨끗한 후보, 존경받는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일은 기대난이다.

그동안 진보와 보수의 무능과 타락의 끝 모를 진영 싸움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냈다. 그래서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보다는 덜 나쁜 사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념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정권 심판과 국정 안정이라는 피 튀기는 대결만 있을 뿐이었다. 공약은 외면받고 네거티브만 남았다. 역대급 진흙탕 싸움이 됐다.

두 번째는 지역 출신 유력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박근혜는 TK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지만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다. 지금 홍준표와 유승민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지만 여론 지지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반면 TK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 크게 보인다. 윤석열 지지가 고향인 충청도와 서울보다 높다. 정권 교체에 대한 TK의 갈구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과연 윤석열이 TK의 빈 가슴을 메워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권의 이재명이 있지만 지역민에겐 물음표만 잔뜩 던졌다.

세 번째는 보수 터전 TK 정치권이 ‘토사구팽’ 위기에 몰렸다.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터져 나온 ‘영남배제론’의 중심에 서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낡은 이념과 특정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 달라”고 했다. 차기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한 당 쇄신과 개혁에 걸림돌로 보고 당직 등 일선 후퇴를 종용 받고 있다. TK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지역 이해 대변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네 번째는 정치의 본질 문제다. TK 정치인들의 자질이 의심받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의 재보선 승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역 출신 곽상도·송언석 의원은 지역구가 아닌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당 간부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역민들의 자긍심에 먹칠을 했다. 국회의원들의 일탈행위는 정치인을 도매금으로 욕 먹일 뿐만 아니라 정치혐오의 주요인이다. 보수 재건에 재를 뿌렸다.

-꼰대질 배격하고 개혁과 쇄신 고삐 좨야

국민의힘은 작은 승리에 안주, 근본을 잊어버리는 패착은 범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의 아픈 기억을 잊어선 안 된다. 당 개혁과 쇄신 고삐를 다시 죄고 차기 대선에 주력해야 한다. 진보 꼰대들의 행태에 민심이 돌아섰다는 점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민심에 순응하고 꼰대질을 경계해야 한다. 겸손을 미덕 삼고 오만과 위선을 멀리해야 한다.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유권자에 머리 숙여야 한다. TK의 고민이자 숙제다. 슬기로운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지역 인재를 키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진심 어린 정치인에게는 국민도 화답한다.

“정부는 비틀거리고 야당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환멸만 커지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이 귀에 따갑다.

홍석봉 논설위원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Tags 고민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