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일제 강점기에 이어 전쟁의 참화를 겪고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는 내 나라가 뭣보다 소중하다. 나라를 지키려고 군대와 무기를 갖추고 철책과 참호도 만들었다. 그러나 싸움의 형태도 변하고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 모든 분야가 동원되고 있다.

그래도 국방이 여전히 선두다. 남자로 태어나면 군대에 가야하고, 병역의 의무를 하지 않은 자를 곱게 보지 않는다. 예산의 절반을 국방비에 쏟아붓기도 했고, 최신 전투기 도입과 개발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북의 핵탄두 미사일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다음은 경제다. 국민들이 먹고살며 산업을 일으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왔다. 덕분에 삼성전자, LG화학 같은 기업들이 반도체, 스마트폰, 전지 분야에서 세계 톱이 됐다. 한국에 기반을 둔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되고,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의 비중도 20%를 넘는다. 이들 기업과 외국 투자가들이 나라 지킴이 역할을 한다.

우리가 위기 때마다 미국이 도움을 줬다. UN도 큰 힘이 됐다.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과 다투기도 돕기도 했다.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원조를 받았지만, 이제는 개발도상국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가 확산되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설득하고,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외교다.

수백만 외국인 관광객이 전국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방패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분쟁 억제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경주, 제주에 리조트를 개발하고, 호텔과 컨벤션센터를 만들어 대규모 국제회의도 열었다. 각국 비행기가 오가고, BTS를 찾아 세계 방방곡곡에서 온다. 관광도 나라 지킴이에 한 몫을 한다.

코로나19 세계 확진자가 약 1억3천만 명이고 사망자는 286만 명이다. 방역을 위해 국경을 막기도 했지만,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도 했다. 국민 80% 이상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이뤄져 마스크 없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기뻐하는 이스라엘 교민이 부러웠다. 영국은 백신여권만 가지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백신도 새로운 형태의 나라 지킴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화로 반도체가 더 필요하게 됐다. 컴퓨터, 자동차, 인공지능도 반도체가 없으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만 TSMC가 세계 반도체 파운더리 부문의 절대 강자가 됐다. 그간 중국의 무력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TSMC 첨단기술이 나라를 지키는 셈이다.

단결이 최고다. 사분오열하면 이길 수 없다. 부모형제 생각이 다르고, 세대 간에도 차이가 난다. 나만 잘 살려고 하면 편이 갈라지고 싸움이 난다. 이익추구가 목적인 기업도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나서고 있다. 좋은 정치야말로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나라를 지킨다.

우리는 지난날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경제, 문화, 기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선두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정치만큼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정치인 가운데 엘리트 관료, 교수, 법조인, 사회단체 출신이 많다. 그런데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그간의 이성과 명예는 온데간데없어지고 거수기나 싸움닭이 된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제1 야당이 모두 이겼다. 서울에서는 4연패 뒤에 10년만의 승리다. 결과는 대체로 민심을 읽지 못한 정권 심판이란 평가다. 문제는 과정이다. TV토론회에서 정책은 뒷전이고 거짓말 공방전만 오갔다. 유권자들은 말싸움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비전과 포부를 원했다. 또 선거를 공정히 관리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도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무능, 위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선관위야말로 내로남불이 특정 정당을 쉽게 떠올린다고 인정한 셈이 아닌가.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1년 후면 대통령·단체장 선거다.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지금부터 신중하고 사려 깊게 지켜보자. 잘하면 나라도 지방도 세계 일류가 된다. 그게 바로 나라 지키기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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