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대상을 오브제로 삼아..‘본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질문||오는 5월9일까지

▲ 배유환 작가는 “앞으로도 꾸역꾸역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알고, 이어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배유환 작가는 “앞으로도 꾸역꾸역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알고, 이어갈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배유환 작가는 오는 5월9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출항하지 못한다’ 전시를 펼친다.
▲ 배유환 작가는 오는 5월9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출항하지 못한다’ 전시를 펼친다.
“쓸모없는 대상을 전시장에 데려와 전시를 하면서 존재의 가치를 발휘하고, 관객과 교감하려고 합니다.”

다음달 9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 갤러리에서 ‘2021 수창동 스핀오프’ 전시를 펼치고 있는 배유환(30) 작가는 ‘쓸모없는 것’에 관심을 두고 전시를 열고 있다.

‘출항하지 못한다’는 전시명을 가진 이번 전시에서는 ‘노’를 오브제로 삼았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우리는 노를 왜 저어야하는지, 배주인이 누군지, 정작 배는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저어본다. 허공에 저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서 노는 현 시대에서 큰 쓸모가 없으며, 구식인 느낌이 들어 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구식은 과거며, 기성세대를 함축한다. 이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노를 저으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타협해나가는 것을 비판했다.

청년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가 아닌 왜 열심히 안하는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를 알아야하며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는 구식이며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현실을 마주한 청년들이 처한 삶을 꼬집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격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배 작가는 주로 ‘쓸모’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쓸모없는 물건을 작품 안으로 데려와 쓸모없고, 몰가치하게 전개하며 이를 관객에게 보여줌으로써 ‘본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를 질문하는 방식이다.

그의 모든 작품은 애만 쓰고 보람이 없음을 이르는 뜻을 가진 노이무공(勞而無功)에 방향성을 두고 있다.

그는 스스로도 ‘모두가 나를 쓸모없다고 평가한다’, ‘나는 탈선한 멍청이다’고 말하며 이에 비관해 ‘끝까지 누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오기로 작업에 매진 중이다.

그는 소위 ‘꼴통’이라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꼴등을 하며 공부에 관심과 흥미가 없었다. 성격도 주위에서 걱정을 할 정도로 특이했단다.

단순히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지작거리는데 재능이 있던 그는 그저 흥미에서 비롯돼 영남대 미술학부 트랜스아트과(전 조소과)를 입학했다.

졸업 작품을 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선지는 5년가량.

단순한 흥미와 사소한 재주로 작품을 만들어 왔던 그가 본격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그가 군대에 가서다.

그는 자신에게 안 좋은 길로 미래를 인도하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군대 선임의 말을 들었다. 군대에서 2년간 선임의 유혹(?)은 계속됐단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고, 흔들림 없었다.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신념하에 군대에서 모든 구상을 끝내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배 작가는 “오히려 가치관이 확실하게 생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 결과 제대 후 단 한 번도 쉬지 않으면서 매년 틈틈이 작품을 만들고 지역에서 다양한 전시를 펼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관은 청년의 꿈이 돈이나 집 같은 재화가 돼버리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는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고 진정한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는 “주변 사람 모두가 목표가 있지만 꿈꾼 것들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방향성이 달라져 안타까웠다”며 “행복, 꿈 등을 어려서부터 꿈꿔왔지만 결국 현실에 안주해 살면서 ‘현실의 행복’이 없어보였다. 결국 사람보다 기술, 돈이 우선이 돼버리고 압박, 욕심 등으로 치닫아 꿈에 대한 방향성이 흐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개 주제로 작품의 성격을 나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 배유환 작 나무사과 거울파괴.
▲ 배유환 작 나무사과 거울파괴.
▲ 배유환 작 나무사과 둥둥.
▲ 배유환 작 나무사과 둥둥.
우선 ‘나무사과’다. 나무로서도 사과로서도 가치가 없는 나무사과 시리즈로 작품을 만든다.

이는 오롯이 작가 개인의 감정과 경험 등에서 비롯된 순수한 작가를 나타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나무나 사과로서의 기준과 가치를 벗어나 나무사과로 작품 세계 안에 존재함으로서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 배유환 작 파랑새.
▲ 배유환 작 파랑새.
다른 하나는 ‘아임 낫 유즈풀’이다. 이는 쓸모없는 것에 대해 집중한다. 나무사과 보다 쉽고 간단하게 작품에 접근한다.

만들어진 작품들은 작가 개인을 표현하기보다는 작품성을 높여 이해가 쉽도록 해 관객 친화적이다. 주로 ‘노’, ‘망치’, ‘쓰레기통’ 등이 오브제로 사용됐다.

그가 본격 작가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 남는 일은 대학 졸업 후 2016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처음 선보인 단체전이다.

단체전에서 그의 첫 전시인 ‘나무사과 이야기’라는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작가와 이어달라는 관객의 연락을 한통 받은 것이다.

그는 “관객은 진로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내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 전화를 받는 순간 같이 울었다”며 “내가 표현하고자 한 스토리가 작품을 통해 관객과 교감했고 위로가 됐던 것이다. 작가로서 베니스에서 큰 상을 받은 것 마냥 기뻤고, 그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작가로서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목표는 앞으로도 꾸역꾸역 하고 싶은 말을 할 줄 알고, 이어갈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분명한 사람으로서 작가가 되고 싶다”며 “누구나 생각하고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전달해 교감할 수 있는 작가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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