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원대’ 럭셔리카 벤틀리가 지난달 15일 전국 처음으로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됐었다. 벤틀리는 대구 진출 한 달 만에 6대가 팔렸다. 가계약까지 합치면 10대가 넘는다고 한다.
신세계 대구점은 지난해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뷔통 등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를 모두 입점 시켜 대구 시민들의 눈높이를 한층 높여 놨다. 게다가 고급 외제 차량까지 판다. 구매력 높은 지역 VIP 고객의 구미를 자극,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년 전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인 마세라티가 수입차의 메카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에 전시장을 열어 관심을 끌었다. 대구 전시장에서는 가장 비싼 차종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판매됐다고 한다.
백화점의 해외 명품 할인행사장은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친다. 인기 상품은 일찌감치 품절되기도 한다. 7, 8년 전엔 120만 원대 핸드백이 60만 원대에 불티나게 팔렸다. 한때 백화점의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명품의 대구지역 매출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을 정도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를 28년째 이어 온다. 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지만 알부자들이 의외로 많다. 과거 섬유 경기가 호황일 때 큰 부자들이 많이 나온 때문이다. 이들의 씀씀이는 서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서울과 외국까지 쇼핑 나들이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알부자들과 최근 코로나19 속에서도 일부 호황 업종의 기업주들이 벤틀리를 경쟁적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일부 과시욕과 허영심도 고급차 선호에 한몫을 하고 있다.
소비는 경제의 한 축이다. 때로는 미덕이 된다. 하지만 지역에서 최고급 외제차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는 현상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 여파로 서민들은 먹고살기가 팍팍해 죽겠다고 아우성인 터이다. 내 돈 내가 쓰는 데 누가 뭐라고 하겠냐마는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아쉽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