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이 된 외국인 근로자…지난해보다 일당 두 배로





















배철한

사회2부







“지난해보다 2배 많은 일당을 준다고 해도 일손을 구할 수 없네요. 이제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시더.”

최근 마늘, 양파 수확철을 맞은 군위지역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농번기를 맞은 군위는 물론 전국의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입국이 막힌 데다,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군부대와 대학생 등의 봉사활동도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군위지역의 경우 여성에게는 7만~8만 원, 남성은 10만~12만 원의 하루 일당을 주면 근로자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15만 원(여성 최대 13만 원)을 주더라도 일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심지어는 17만 원까지 요구하는 근로자도 있단다.

어렵게 구한 근로자(외국인 등)에 대한 농가의 대접은 극진하다고 한다. 상전으로 모시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출근 시간에는 직접 근로자의 집으로 가서 차에 태워 일터로 데려다 주고,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태워 줘야 한다.

점심은 음료수와 과일을 새참으로 제공하며, 때로는 그들의 눈치도 본다.

귀하신 몸이 된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이제는 그들에게 주는 일당이 내국인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게 됐다.

예전에는 한국인 사장의 동남아 근로자 학대 등이 이슈가 됐지만, 그런 일은 상상도 못하는 세상이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너무 까다로운 근무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일부는 너무 얍삽해서 이들을 고용한 농업인이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군위군 의흥면에서 5천 평 규모로 마늘과 양파를 재배하는 A씨는 수소문 끝에 외국인 근로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그들을 일터로 모셔(?) 오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그들은 대뜸 “사장님 일당은 얼마죠?, 새참은 주나요?, 몇 시에 끝나요?” 등의 조건을 물어보며 협상을 시작했다.

결국 A씨는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들의 일솜씨는 협상 실력만큼 시원찮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아무리 일당을 많이 주더라도 일손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입국 길이 막혔고, 내국인들도 농사보다 편한 공공근로사업을 선호하다 보니 농번기 일손 부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과 농·축협 등의 단체들이 일손 돕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경북도가 지역 21개 대학교와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학생의 농촌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적극적인 일손 돕기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물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농가 대부분은 이 역시 임시방편 정책에 그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근로 수당을 지원하는 공공근로사업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농촌 일손 부족은 특정 지자체 및 단체가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최소한 농번기마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심각한 일손 부족만이라도 막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촌 일손 지원을 공적인 정책으로 제도화하고 반드시 이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농민들의 한숨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배철한 기자 baech@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