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환
▲ 김택환
‘대구·경북(TK)이 살아있네!’

보수의 중심 TK가 ‘0선 30대’ 이준석을 당 대표로 밀어 올리는데 핵심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수도권 지식인들의 평가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이 말한 TK의 시대정신이 이준석을 ‘이성의 간지’(List der Vernunft)로 활용해 한국사회의 대변혁을 주도하고 있다. 전략적 선택을 말한다.

보수의 땅에서 어떻게 천지개벽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이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분석,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감방에 있는 TK 출신 전직 두 대통령의 실패를 극복하는 새 리더를 열망하는 간절함과 ‘배고픔’이다. 둘째, 이준석 개인의 커리어 및 지성과 선거 전략 전술이다. 미국 명문인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기존 선거 문법을 깨고, 사무실 없이 소셜미디어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대중과 어울리는 선거 운동을 펼쳤다. 시사칼럼니스트인 천영준 박사는 “그가 보수의 ‘급소’ TK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셋째, 20~30대 한국의 MZ세대(1980년~1995년생 M세대와 1995년~2000년생 Z세대)도 글로벌 MZ세대와 같이 글로벌 트렌드에 올라탔다. 유럽에서는 몇 년 전부터 MZ세대가 정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만 33세에 총리로 등극한 핀란드 산나 마린,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총리 역시 33세에 취임했고, 38세에 창당해 39세에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등을 들 수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 후임으로 거론되는 녹색당의 안날레나 베어복은 38세에 당대표에 취임했다. 유럽에서 MZ세대로 세대교체는 시대정신이자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또한 성을 초월한다.

세계적인 고급지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NZZ)은 2014년 특집기사에서 “M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미래에 낙관적·적극적이며 비정파적”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정파적이며 야욕이 크고 성질이 급한’ X세대(1965년~1980년생)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X세대가 한국에서 ‘586’(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50대)이다. 생각·감성·행동의 결이 다르다.

하지만 유럽의 MZ세대와 달리 한국의 MZ세대는 지난 10년 동안 박근혜 및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기회보다는 상실하고 상처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로 시작된 MZ세대의 분노가 촛불과 탄핵의 주역이었다. 다시 조국사태로 시작한 내로남불, 천정부지의 집값 상승,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정부패 등으로 이들 분노는 4·7 재보궐선거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에 앞장섰다.

재기발랄하고 글로벌로 뻗어나가야 할 MZ세대가 불운하게 ‘3포’(일자리, 연애, 결혼 포기) 세대가 되었다. 자신들 문제를 해결할 그들 세대의 리더를 찾기 시작했고 새 인물을 발견했고, 이준석은 영리하게 이용했다. MBN방송의 윤범기 기자는 “1만 시간의 법칙, 즉 10년 동안 어려운 환경에도 한 우물을 판 것”에 후한 점수를 준다. 또한 실력주의로서 ‘공정한 경쟁’을 말하는 이준석이 더 낫지, ‘기회의 공정’을 말로만 외치는 현 진보가 더 위선적이라고 비판한다. 한 진보언론사 모 부장은 “고등학생 아들이 부모 빽보다 자수성가형인 이준석이 훨씬 더 공정하다고 말해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 현상을 넘어 ‘이준석 시대’로 전진할 수 있을까?

‘한 시대(era)’란 리더가 정권을 잡고 위대한 업적을 만든 시기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동서유럽의 데탕트와 통일의 씨앗을 뿌린 ‘비전의 정치가’ 독일의 빌리 브란트 시대, 냉전을 종식시킨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시대 등을 들 수 있고, 국내적으로는 산업화를 일으킨 박정희 시대, 민주화와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열어간 ‘양김’(김영삼, 김대중) 시대를 들 수 있다. 반면 10년 전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염원을 담은 ‘안철수 현상’은 새 시대로 전진하지 못했다. 중앙일보 논설주간을 지낸 허남진 전 한라대 초빙교수는 “친박·친문의 패거리정치를 넘지 못한 안철수 현상은 바람이었지만, 이준석 현상은 한국 정치판을 바꿀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편 유럽과 달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강은 패권 추구로 다른 유형의 리더십을 보인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78세),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72세), 중국의 시진핑 주석(70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0세) 등은 노익장에 경륜과 노회함을 갖추고 있다. 차기 우리 대선 주자에 요구되는 덕목일 수도 있다.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선 이준석이 가장 존경한다는 미국 버럭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문사철(문명·역사·철학)에 대한 공부와 새 리더십에 대한 천착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리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거대 야당대표인 그에게 요구되는 최고 덕목은 책임이다. 기본소득, 가상화폐 등 ‘벌거벗은 포퓰리즘’이 아닌 MZ세대의 일자리, 양성평등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성공하는 리더가 되길 기대해본다.

경기대 김택환 교수(책 넥스트 프레지던트 저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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