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품일꾼<8>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발행일 2021-06-17 13:42: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시골 출신 기능인이 구미 경제 수장으로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그의 첫 인상은 소박하다. 입을 열면 더 투박하다.

아마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눠 보면 ‘촌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기술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번쩍인다. 말도 많아진다. 운동화를 즐겨 신고 걷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절대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질 않는다.

구미상공회의소 제15대 회장인 윤재호(55) 주광정밀 대표이사는 진정성 있는 기업인이자 ‘시골’의 냄새를 풍기는 구수한 사람으로 통한다.

윤 회장은 지난 4월 지역 상공인들의 추대를 받아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CEO’보다는 ‘기능인’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기능인들의 꿈인 ‘명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명장’은 기능인으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로 영광스러운 호칭이다.

윤 회장은 청송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과 누나가 수두룩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단다.

빨리 기술을 배워 돈벌이를 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한 눈 팔지 않고 기술을 배운 덕에 졸업과 동시에 ‘대우’라는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

실력을 인정받으며 직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쯤인 1994년에 사표를 냈다.

그동안 모은 2천만 원을 자본금으로 구미 공단동에 주광정밀이라는 금형 가공업체를 차렸다.

대기업을 그만 둔 그를 향한 주위의 시선은 우려 일색이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기술력이다.

당시 그가 보유한 기술은 부품제조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금형을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금형을 깎는 데 쓰이던 동(구리) 전극을 연구 끝에 흑연전극으로 교체했다.

기존 방법에 비해 불량률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

흑연전극 가공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주광정밀은 현재 흑연 관련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휴대폰 액정 화면을 곡면으로 처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엣지’ 기술이 그의 대표적 작품이다.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 컴퓨터응용가공분야 대한민국 ‘명장’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성공한 기업인이자 인심이 넉넉한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대구·경북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 가장 많이 주머니를 연 장본인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는 윤 회장이지만 남을 돕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기부한 액수만 11억 원이 넘는다.

자신과 같은 ‘기능인’을 꿈꾸는 어린 후배들을 위해 마이스터고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저소득 가정의 기술 영재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교인 경북기계공고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지금까지 3억 원이 넘는 장학금을 후배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모교에 기탁했다.

그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는 것은 배고픈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돌아보며 “기술을 배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과 관심 덕분”이라며 “지역사회에 보답하고 싶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재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기업인으로서는 비교적 젊은 55세의 나이에 지난 3월 국내 내륙 최대 국가산단 입주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것이다.

윤 회장이 취임한 후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구미국가산단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는 “경북의 대표 수출도시인 구미의 경제를 책임지는 수장직을 맡아 영광이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여전히 구미경제는 어려운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윤재호 회장은 “올해로 구미상의가 창립한지 40년이 됐다. 구미상의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회원사들과 늘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상의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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