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탈원전 반대 움직임이 지자체의 정부 상대 소송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017년 탈원전 정책 시행 이래 그동안 원전 관련 기업체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나 수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하거나 그런 움직임을 보인 예는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소송에 나서기는 처음이어서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도는 탈원전 피해에 대한 손배소송 진행에 앞서 경북지역의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피해조사 용역을 의뢰해 둔 상태이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률 자문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북도의 소송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도의 피해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법적 대응 방향이 결정되겠지만 행정소송이나 민사소송, 또는 이 둘을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소송 발언 이후 영덕군과 울진군, 경주시도 경북도의 소송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천지원전 1, 2호기 예정구역 지정으로 10년 동안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피해가 있었던 영덕군에서는 현재 정부가 원전지원금 회수 추진에 나서면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고, 울진과 경주에서도 신한울 3, 4호기와 월성 1호기와 관련해 주민 피해와 지방세수 손해에 대한 배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도 탈원전 정책 반대 여론 확산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30일 ‘탈원전 피해 및 국토파괴 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변경을 재차 촉구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특위 첫 회의에서 “탈원전을 계속할 경우 향후 30년간 1천조 원 정도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거란 보고서가 나와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특위는 특히 최근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원전 조기 폐쇄나 백지화에 따른 비용을 국민이 낸 전기료를 적립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우선 저지하기로 하고,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6월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6개월 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은,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조기 폐쇄 및 백지화 등으로 인한 회사 손실액이 최소 1조4천억 원이 넘는다고 산정하고 이 중 6천600억 원은 정부에 손실보전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추진된 것이다.

또 2020년 1월에는 서울행정법원이 한수원노조,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 등 탈원전 반대 단체들로 구성된 원자력정책연대와 환경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취소 행정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탈원전 반대 단체들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려는 눈속임 짜맞추기식 목표 설정이고, 정부가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확대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며 진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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