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성금 모금 운동에 대한 본지 지적, 성금 모금 취소돼 시민들이 떠안을 피해 없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7일 국립 이건희 미술관 설립 후보지를 수도권으로 결정했고, 대구 유치는 불발됐다.

대구는 각계각층에서 두 달 가까이 삼성의 연고지 및 대구 문화예술의 역사성 등을 내세우며 대구 입지의 정당성을 강하게 외쳤다.

특히 대구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지역민들의 환심을 샀다.

지난달 2일 시비와 시민 성금 운동으로 모인 성금을 합한 2천500억 원을 투자해 경북도청 후적지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뿐 아닌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등을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비쳤다.

지난달 7일에는 대구 유치의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과 염원을 보여주기 위해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시민추진단은 시민 모금 운동을 진행했다.

또 같은 날 대구문화재단, 대구예총, 대구상공회의소, 대구시체육회 등 대구 문화예술계뿐 아닌 다양한 단체들도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 범시민 성금 모금 운동 발대식을 개최하며 시민 성금 모금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구 후보지는 불발됐고, 다행스럽게도(?) 모인 성금은 0원이란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에 알아본 결과 성금 모금은 각 단체별로 알아서 진행했으며, 만약 유치될 경우 기부의향이 있는 단체들이 기부한다는 약정서만 받았다.

더욱이 가장 앞장서서 시민성금모금 운동을 전개한 시민추진단은 성금 모금에 대한 본지의 지적이 나오자, 전면 취소하고 성금 모금을 진행하지 않았다.

앞서 일부 단체들은 시민추진단과 대구문화재단을 필두로, 재단에 성금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대구 유치에 실패할 경우 모인 시민 성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없이 각종 단체에서 추진에 나서 지적과 함께 우려가 커졌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시민 성금 모금 운동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고, 시민들에게 돌아갈 피해는 없다.

시민들이 십시일반한 성금이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모였다면 모인 성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돌려주는 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단체들이 골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지역 곳곳에는 시민 성금 모금 운동에 참여하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하지만 앞으로 범시민 성금 운동을 전개할 때 단체들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목표의식이 있어야겠다.

단순 청사진을 내비쳐 지역민들의 환심을 살 것이 아닌 실패할 경우 시민들에게 돌아갈 피해 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과 계획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국에 시민 성금 추진에 대해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치않은 방안과 그에 대한 홍보 운동 미약으로 모이지 않은 성금, 유치 불발 시 성금 활용안 등을 생각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시민의 견해를 대변하는 단체들의 앞장선 움직임에는 항상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더욱 확실한 계획으로 우려스러운 뒤탈이 없길 바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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