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문중매치는 없다

성주군수 선거는 이병환 군수의 재선 여부가 큰 관심사다.

하지만 현재 자천타천으로 출마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을 보면 2018년 6·13 지방선거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 과연 ‘리턴매치’가 성사될 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성주군수 후보 사진.
▲ 성주군수 후보 사진.
아직까지 성주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조용한 분위기다. 군민들의 관심이 낮은데다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의 움직임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후보군이 한결같이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민심을 관망하고 있는 정중동 상태다. 마치 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오리처럼, 겉으론 평온하나 물속에서는 열심히 물갈퀴를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다.

성주군은 지극히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역대 군수 선거전을 살펴볼 때 특이한 두 가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첫 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3선 군수를 배출하지 않았다. 이웃지역에서는 한 번 당선된 후 내리 3선을 하는 곳이 많지만 유독 성주군수는 한결같이 재선에 그치고 있다.

물론 공천의 변화요인에 따른 것도 있지만 3선의 군수는 지역 발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게 성주 군민들의 정서다.

또 하나는 유난히 군수 선거 때는 김해 김씨와 성산 이씨의 문중대결 선거전의 독특한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군수 선거 때마다 출마후보자들은 한결같이 문중 선거전의 양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지금까지 이 같은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살펴보면 더 이상 김씨와 이씨의 문중대결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성주군수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은 이병환 군수를 비롯 정영길 경북도의원, 전화식 전 성주부군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이강태 이재명 대선후보 조직본부장 등이다.

이 중 민주당 이강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한결같이 국민의힘 공천을 기대하고 있어 치열한 공천경쟁이 예상된다.

공천문제는 정희용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당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하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공정한 공천과정을 거치겠지만 국민의힘 공천=당선 이라는 것이 지역정서이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에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면 공천과정이나 정치권의 변동에 따라 새로운 인물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이병환 군수는 내년 선거에 대한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비교적 군정을 잘 이끌어 왔다는 평판을 받고 있어 현재로서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재출마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 군수는 정통 행정관료 출신답게 재직 3년 동안 남부내륙철도 유치, 국비 확보 최다, 100년 성주를 위한 중장기 계획, 1·2차 도시재생사업 성공, 성주∼대구 간 6차선 도로 확정, 3년 연속 성주참외 조수익 5천억 원 달성 등 굵직한 사업들을 성공시킨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이 군수의 재선가도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이 군수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던 전화식 전 성주부군수다.

성주 대가면 출신인 전 전 부군수는 고령군청에서 7급으로 공직을 시작해 경북도 문화관광국장, 경북도 환경연수원장 등 도내 주요 요직을 거쳤다. 특히 성주부군수로 재직하면서 주민들과 폭넓은 유대관계를 다져온 데다 특유의 친화력이 장점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한국당(현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후보 배제로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투표결과 이병환 현 군수와 접전을 펼칠 정도로 상당히 선전했다.

전 전 부군수는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 군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며 출마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밝히는 등 이 군수와의 리턴매치를 갈망하고 있다.

내년 선거의 또 다른 다크호스는 정영길 경북도의원이다. 성주JC 회장 출신으로 성주지역 청년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3선 도의원으로 현재 경북도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맡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주변에서 출마 종용을 하는 등 차기 군수 감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정 도의원은 “선출직은 결국 지역주민들의 마음에서 나온다”며 “지역주민들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씨와 이씨 문중대결 형태를 보여 온 그동안의 군수 선거전에 대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진정으로 군민을 위한 군수를 선택하는 일이라면 문중대결 형태의 선거전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내년 단체장 선거전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심사숙고 중이다. 도의원 4선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내년보다는 차기를 겨냥할 것인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국민의힘 공천 여부 및 선거 판세를 면밀히 검토한 후 분위기가 성숙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성주지역은 정통적인 보수지역이지만 민주당 깃발을 들고 차세대 젊은 기수론을 주장하는 이강태 본부장은 재출마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현재 이재명 대선캠프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40대 기수로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해 3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해 재출마의 명분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아직 1년 후의 일이라 출마여부를 떠나 일단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후보를 당선시켜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노력하겠다”며 “군수 출마여부는 당에서 결정할 것이며, 민주당 내 다른 어떤 후보가 도전한다고 하면 기꺼이 양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성주군수 선거는 국민의힘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한결같이 내년 초 대통령 선거결과에 따라 공천의 향방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본선보다는 공천여부에 따른 파도가 거세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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