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 산단부터 스토리 입은 관광지까지, 대구 서구

발행일 2021-08-18 17:35:2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뚜벅뚜벅 대구·경북 한 바퀴)<26>대구 서구

스토리 입히기, 공간 조성 인구 유입 사업 활기

와룡산과 금호강 하류지역 등 자연환경도 일품

대구 서구는 와룡산 아래 금호강 하류지역과 달서천 부근의 구릉지 등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섬유·염색산업 발달로 사람과 돈이 모여들고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주력 업종이 쇠락의 길을 걸으며 서구도 그 역동성을 잃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공단과 마을 곳곳에 스토리 입히기부터 서대구 KTX 역사와 연계한 복합 문화 공간 조성 등 인구 유입 사업들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서구로 떠나보자.

와룡산 전경.
◆와룡산, 서구를 한눈에 담다

와룡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산의 모습이 마치 용이 누운 형국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인데, 하늘에서 보면 용이 누운 자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와룡산은 해발 299.6m며 서구와 달서구 쪽이 용의 꼬리와 몸체 일부이고 머리는 달성군 다사 쪽으로 놓여 있다. 와룡산에 읽힌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에 산 아래에 옥연이 있어 용이 노닐다가 그 못에서 나와 막 승천하려고 하는데 지나던 아녀자가 이를 보고 놀라서 “산이 움직인다”고 소리치자 이 소리를 들은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서 산이 되었다고 해 와룡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와룡산은 도심과 가깝고 산세가 완만해 산행을 즐기려는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계성고등학교 앞 보행매트를 따라 설치된 등산로를 걷다 보면 푸른 자연의 신선함에 동화된다. 편백나무향기 숲에 도착하면 힐링·명상덱와 숲 도서관, 황토 산책로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쉬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숲속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와룡산답게 전망대에서 금호강과 대구 도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데, 확 트인 전경은 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마다 봄이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진달래, 영산홍은 사랑의 기쁨(진달래), 첫사랑(영산홍)이라는 꽃말처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곤 한다.

달성토성마을 전경.
◆꽃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달성토성마을

달성토성둘레길을 따라 걷다보면 골목과 골목 사이 마을주민들이 꺼내놓은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곳을 걷다보면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길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회색빛 콘크리트 벽으로 삭막했던 골목은 이제 꽃으로 채워지면서 꽃향기와 함께 마을에서 사라졌던 사람 냄새와 사람의 온기로 따뜻하게 채워지고 있다.

달성토성마을은 2천 년의 역사를 지닌 토성 주변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마을로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판잣집을 지어 모여 살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달성토성마을은 산업화로 인한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한때 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로 많은 주민들이 거주했었다. 하지만 섬유산업 쇠퇴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오랫동안 발전하지 못해 주거환경노후 및 고령인구 증가 등 도심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집안에 있던 화분들을 골목으로 하나둘씩 내놓으면서 활기를 다시 찾고 있다. 골목정원이 마을 전체로 확산되면서 달성토성마을만의 특색 있는 골목문화가 생겨나 오랫동안 소외받았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삭막했던 골목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하기 시작했다. 2015년 1호 골목정원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정원들이 생겨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전국의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달성토성마을 골목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가꾼 골목정원과 골목문화를 접목한 축제로 대구시 우수마을축제 5년 연속 선정되는 등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역문화 대표브랜드’ 최우수상 수상으로 문화관광 브랜드로서 달성토성마을의 경쟁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현공원 전경.
◆도심 속 청량함! 예술 숲으로 피어난 이현공원

이현공원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나라로 여행을 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람소리길, 오감숲길 등 주제별로 조성된 산책로를 걷고 있노라면 마음속 편안함이 가득해진다. 특히 한여름에는 다양한 수생식물로 꾸며진 생태연못의 분수에서 뿜어대는 시원한 물줄기가 청량감을 한층 더해준다. 일상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자 한다면 바로 이현공원이 제격이다. 식생매트를 따라 꼬불꼬불 오솔길을 걸어보자.

정비 사업을 통해 2017년엔 동편을 정비해 잔디광장 확장, 오감숲길, 화원을 조성했다. 2019년에는 서편까지 완공해 야생화공원, 단풍정원 등 다양한 테마공간을 조성했다. 특히 이현공원은 서구문화회관, 국민체육센터, 어린이 물놀이장, 청소년수련관 등 다양한 문화·체육시설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올해 초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지역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 아트벤치 등 21개의 작품이 설치되면서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쉼과 휴식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전시회나 미술관에서만 보던 작품들이 공원 속 곳곳 자연스럽게 녹아나 있어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울러 일상 가까이에서 미술작품을 접하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그린웨이 힐링 숲길.
◆계절 꽃향기에 취해~ 그린웨이

서평초등학교에서부터 대구의료원까지 왕복 7㎞를 산책할 수 있는 그린웨이는 서구의 대표적인 힐링 숲길이다. 그린웨이에는 장미원, 단풍원 등 구간별로 테마가 있는데 각 주제에 맞는 꽃과 나무를 살펴보는 것이 산책 속 재밋거리다. 특히 7~8월이면 백합원에는 시원하고 싱그러운 그늘 아래 여름철 피고 지는 나리와 백합꽃의 진한 향이 가득하다. 연인, 친구, 가족 누구와 방문해도 좋은 추억과 향기를 안고 갈 수 있는 곳이다.

염색공단의 회색 이미지로 외면받았던 서대구공단에 서대구 역사와 연계한 보행자 중심의 푸른 숲길과 편안한 산책로가 조성됐다. 상중이동 신청사 주변 녹지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생활환경숲 조성,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 등 총사업비 55억 원을 들여 다양한 테마를 담은 녹지공간이 만들어졌다. 서평초교에서 시작해 이현공원 전체 둘레길을 돌아 대구의료원 앞 녹지까지 돌아오는데 보통 걸음으로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각 테마에 맞게 식재된 수목과 꽃묘 등 그린웨이의 경관은 마치 도심 속 거대한 정원을 걷는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장미원에서는 핑크클라우드, 메모이레, 블루리버 등 개성을 자랑하는 장미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장미를 테마로 한 시설물들까지 어우러져 화려함을 뽐낸다.

올해 새롭게 조성된 암석원은 충주괴석을 중심으로 1만3천여 본의 수목과 초화류가 식재돼 있어 저녁이 되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낸다. 곧 다가올 가을에는 꽃무릇이 만개할 예정이니 붉은 융단이 펼쳐진 그린웨이를 잊지 말고 방문해보자.

원고개마을 스토리 길.
◆원님 납시오~, 원고개마을

이름이 풍기는 고유한 정취에서 느껴지듯 원고개마을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명소다. 원고개라는 이름은 과거 원님이 경상감영으로 부임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갔던 길목이라 붙여졌다.

현대에 들어서 인구 감소, 건축물 노후화, 빈 점포 증가 등 낙후된 지역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역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도시재생,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숨을 헉헉대며 올라야만 했던 힘든 고갯길은 이야기를 입힌 스토리 길로 재탄생해 이를 느끼고 생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끝에 닿을 수 있는 길이 됐다. 비산성당을 감싸고 있는 담장은 고대 지역설화부터 경부선 철로변이었던 근대에 이르기까지 비산동의 역사를 담고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이외에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원고개다락방, 원고개쉼터, 청년창작스튜디오, 원고개희망공작소, 원고개마을뮤지엄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되면서 원고개마을이라는 브랜드는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원고개는 비산1동의 자연부락으로, 고을 원님이 새로 부임하거나 임기를 마치고 한양으로 되돌아갈 때는 반드시 거쳐 간 나들길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오래 전 조선에서 선정을 베풀어 주민들의 흠모를 받던 어느 원님이 병사하자 주민들이 원고개에 무덤을 써 넋을 위로하고 그 공을 기리고자 해마다 제삿날에 이곳에서 북을 치고 춤을 추며 혼을 달랬다고 하는데 이것이 날뫼북춤(대구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2호)으로 전승됐다고 한다. 이처럼 원고개마을은 오래된 스토리를 보유한 전통이 계승되는 지역이다.

원고개마을에 위치한 비산성당은 대구지역에서 세 번째로 생긴 성당(1928년)이다. 병인박해 때 관덕정에서 순교한 이윤일 요한 성인의 시신이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순례지로 지정됐다. 비산성당 외벽 담장에는 출토된 청동기 유물과 날뫼전설, 청어샘전설, 원고개길 등 비산동에 내려오는 설화부터 순교자 이윤일 성인의 일대기, 비산성당의 역사, 근대 경부선 철로 주변 길이었던 비산동의 이야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변천사가 담긴 벽화가 그려져 있다.

새방골 성당 전경.
◆오래된 역사 지닌 새방골 성당

성당 입구에는 예수님 조각상과 함께 붉은색 글씨로 ‘상리 새방골 성당’이라 적혀 있다. 중앙에는 성모마리아 상과 초 봉헌대가 놓여 있다.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고딕식 벽돌 성당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면서 고풍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천주교 탄압이 심했던 근세조선에는 외국에서 온 선교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천주교를 믿고 있던 조선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금도 그 흔적을 새방골성당의 형구돌(일명 황새바위)에서 찾을 수 있다. 새방골성당은 성 이윤일 요한 순례길의 출발점이자 프랑스 선교사 로베르토 김보록 신부가 머물렀던 중구 계산성당의 전신이자 대구 최초 성당(1888년)이다.

화려하게 지어진 다른 성당들과 달리 소박한 외관을 간직한 새방골성당은 오래된 벽돌들만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새방골성당은 초대 대구교회 사제로 임명된 프랑스 선교사 로베르토 김보록 신부가 신나무골을 거쳐 이곳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 곳이다. 뿐만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의 주창자인 서상돈 선생의 외가가 바로 새방골이기도 하다. 서상돈의 외조부인 김현상이 경신박해(1860년)를 피해 한티에서 새방골로 거처를 옮겼고 이후 김현상의 장녀 김아가다가 서철순과 결혼해 서상돈을 낳았다. 이처럼 새방골과 새방골성당이 품고 있는 근대사적 가치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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