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세진 청송 주왕산자생식물원 대표
▲ 배세진 청송 주왕산자생식물원 대표




배세진(57) 청송 주왕산자생식물원 대표는 35년 동안 우리 조상들과 살을 비비며 오랜 시간을 공존해온 토종식물만을 고집하며 재배하고 보급해 왔다.

배 대표는 “환경의 변화와 마구잡이 채취로 인해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도 많다. 언젠가는 이 땅에서 우리 꽃을 영원히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누군가는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 때문에 야생화에 매달린 시간이 벌써 35년이나 흘렀다고 한다.

그는 “주왕산자생식물원은 나의 젊음과 정열이 녹아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꽃을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그 향기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전국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이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1986년 계명전문대 원예과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처음 정착한 곳은 부동면 내룡리.

처가의 땅 4천여 평 노지에 40여 종의 야생화를 재배하면서 자생식물원을 계획하고 설계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청송~영천 국도변에 위치한 현재의 자생식물원이 조성된 부지는 원래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쓸모없는 땅이었다.

이 땅을 지극정성을 다해 옥토로 가꾼 것이다.



노지 8천여 평과 시설원예 1천여 평에서 전국의 야생화 160여 종 400만여 본을 재배하면서 주왕산자생식물원을 완공하게 됐다.

배 대표는 1998년 시설원예를 시작하면서 청송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하늘나리, 솔나리, 섬말나리 등 나리 종류의 야생화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연구비 2천만 원을 지원 받았다.

이후 공동 연구를 통해 5% 미만이던 나리 조직배양 성공률을 70%로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시 상황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성과였다.

또 안동대 원예육종학과 정정학 교수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아 세계적으로 1과1속 식물이면서 인위적 재배가 까다로운 ‘둥근잎 꿩의 비름’ 대량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다.

‘둥근잎 꿩의 비름’은 잎이 곱고 붉은 자주색의 꽃이 아름다운 식물로 음지에서 7~8월 개화해 11월 초 결실하는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인근에서만 자생하는 야생화다.



많은 교육기관의 학습용 화분과 대구 우방타워랜드에 식재된 원추리, 방촌동 강촌마을아파트에 조성된 담쟁이덩굴 등은 주왕산자생식물원이 공급한 대표적 야생화로 꼽힌다.

대구수목원에 식재된 야생화 300여 종도 주왕산자생식물원이 공급했다.



배 대표의 장녀인 은비(29)씨는 경북대 원예과를 졸업한 후 4년째 아버지의 일을 돕고 배우고 있다.

배 대표와 은비씨는 가업으로 자생식물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가 걸어가는 길이 모두 순탄하지 만은 않다.

모든 작업을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특성 상 인력수급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서양에서 유입된 화려한 꽃들에 밀려 우리 꽃의 가치가 무시된 탓에 판매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궁여지책으로 몇 년 전부터 야생화 재배 면적을 절반으로 줄였고, 절반의 땅에서 콩을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세진 대표는 “젊음을 불태운 노력으로 야생화의 대량 생산을 일궈 냈으며 앞으로도 우리 꽃 보존과 재배 그리고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전국의 지자체에 조성된 정원에 우리 꽃인 야생화가 많이 식재돼 아름답게 가꿔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경성 기자 ds5ykc@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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