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글로벌 공급망

발행일 2021-09-08 14:36: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세가 무섭다. 세계 각국에서 델타변이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나타나면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다시 급증하고 있고, 국내도 벌써 2개월 이상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상회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의 복귀는커녕 백신 무용론은 물론이고 재봉쇄론과 이에 따르는 세계적인 경기 재침체 등 각종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지경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파월 연준(Fed)의장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실시 발언이 있은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연기 가능성이 대두될 정도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연히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확대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인데 앞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통화는 물론 재정 정책 측면에서 봐도 상당히 높은 불확실성 하에 있어서 더더욱 염려스러운 상황이라 하겠다.

통화정책 당국의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으로 선회함을 알린 바 있어서 상황이 더 악화되더라도 통화정책 방향을 곧바로 전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준금리를 올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지금 통화정책 방향을 또 바꾼다면 정책 의사결정에 있어서 실기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형국이 돼 버린다.

반면에 경기가 재둔화 또는 재악화된다면 고물가, 금융 불균형, 가계부채 등 지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들어 긴축적인 자세를 고집하기도 어려워진다.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이대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이 되고, 경기 회복세가 견실히 이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쪽이 되든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재정정책 당국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지만, 올 해만 하더라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재정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약해질 전망이다. 이미 2차례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약 50조 원(1차 14.9조 원, 2차 34.9조 원)의 재원을 추가 마련한 상황에서 또 다른 추경을 편성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년에도 본예산안만 600조 원이 넘을 정도의 확장적 예산안을 편성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은 추가적인 지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출이 경기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인데 그마저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IT는 물론이고 자동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돼 있는 동남아 특히, 아세안(ASEAN) 지역의 공급망이 델타변이 확산으로 가동률이 크게 하락하거나 아예 생산이 중단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 하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마지막 경기 버팀목으로서의 수출에 대한 기대도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이 큰 위협을 받더라도 당장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이전된 생산기능을 국내로 다시 가져오는 것은 물론 대체 가능한 새로운 공급망 역시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하에서는 이런 위협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설사, 이런 상황이 크게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갈등과 경쟁, 각국의 리쇼어링(reshoring, 본국 회귀) 정책 강화 등의 흐름 속에서 최적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부의 주장처럼 수출(외수) 의존도를 낮춰 내수와 외수의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내수와 외수의 균형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내수 부문을 키우는 것이 선결돼야 할 문제라는 이해가 있다면 당연한 것이다.

여하튼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을 계기로 우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하다. 향후에도 외수 부문이 성장 동력의 역할 뿐 아니라 경기 버팀목 역할을 지속해 주길 바란다면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통해 국내 입지 경쟁력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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