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험 미가입’ 사설 구급차, 있을 수 없는 일

발행일 2021-09-08 14:36:0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교통신호가 빨간불인 교차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구급차를 종종 볼 수 있다. 응급환자 수송은 분초를 다툰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시민들은 흔쾌히 차로를 양보한다. 그러나 항상 조마조마하다. 미처 구급차를 발견하지 못한 차량들이 속도를 늦추지 못해 구급차와 부딪힐 뻔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구지역의 한 응급환자 이송업체에서 보유한 사설 구급차(5대)가 자동차종합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채 운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적절한 손해보상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통행량이 많은 도심거리를 질주한 것이다. 종합보험 미가입 구급차가 만에 하나 사람을 치거나 차량 간 대형 충돌사고라도 일으켰다면 어떻게 할 뻔했나.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18년 5월 허가를 받은 이 업체는 지난해 3월 허가가 취소됐다. 종합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2년 가까이 구급차를 운행한 것이다.

황당한 일은 이뿐이 아니다. 이 업체는 영업허가 취소 직전 명의만 바꿔 업체를 다시 설립했다. 종전 업체의 대표가 부하 직원을 새 업체의 대표로 앉혔다. 한달 뒤에는 대구시 허가를 받아 구급차를 다시 운행하고 있다. 종전 업체에서 운행하던 구급차를 옮겨온 것이다. 종합보험은 이송업 허가에 필수이지만 이번에도 허가 당시에는 미가입 상태였다. 종합보험은 금년 3월 가입했다. 또 다시 1년 가까이 종합보험 미가입 상태의 구급차가 지역 곳곳을 누빈 것이다.

이 업체는 법령이 정한 자본금 기준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송업체는 2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해야 하지만 지난해 4월 허가증을 교부받은 뒤 자본금을 인출해갔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의 응급환자 이송업 허가와 감독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나 싶다.

공익제보를 한 시민은 종합보험 미가입 사실에 대해 대구시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담당자가 믿지 않아 보건복지부에 전화를 하고나서야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허가취소 후 다른 업체 허가 등 일련의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조치가 한둘이 아니다.

응급환자 이송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항이다. 어느 한 구석이라도 허술한 곳이 있어서는 안된다. 당국은 서둘러 응급환자 이송업체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 위규 업체가 적발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위규 업체를 방치하면 관련 규정을 성실하게 지키며 응급환자를 위해 구급차를 운용하는 다른 업체에 누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119 등 공공 응급시스템을 확충해 민간 구급차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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