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발행일 2021-09-26 15:36: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 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운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 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 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 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9)

눈물은 왜 짠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고 대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눈물은 왜 짠가’를 ‘바닷물은 왜 짠가’로 바꿔놓아도 될까. 둘은 대체될 수 없다. 눈물은 감성적 현상이고 바닷물은 이성적 존재이다. ‘눈물은 왜 짠가’는 가슴을 울리는 서정시가 되고 ‘바닷물은 왜 짠가’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과학적 탐구영역이 된다. 눈물이 짠 이유를 묻는 것은 눈물을 맛봤다는 뜻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의미다. 감읍하거나 슬퍼서 눈물을 흘릴 만한 사연이 있다는 고백이다, 생각의 고리는 꼬리를 문다. 그 숨은 사연이 궁금해진다. 시제 ‘눈물은 왜 짠가’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엄마를 이모 집에 모셔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애틋한 사랑은 오히려 더 신비로운 힘을 발휘한다. 주체할 수 없는 효심과 서러운 마음이 뒤죽박죽 뒤섞여 시너지를 일으킨다. 잔뜩 부풀어 올라 건들기만 하면 터질 지경이다. 주인아저씨의 따스한 배려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트리거다. 절로 눈물이 흘러내릴 법하다. 몰래 눈물을 훔치는 과정에서 짭짤한 눈물 맛을 봤을 터다. 어떻게든 자식 입으로 고깃국물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모정이 눈물겹다. 거짓말이 나쁘다지만 염치를 알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착한 마음이 흔해빠진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남는다. 감정을 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애쓰는 모습이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엄마 사랑은 역경에서 더욱 빛난다.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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