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모르는 ‘깜깜이’ 징계…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제 식구 챙기기 논란

발행일 2021-09-26 15:41:4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징계위원회 한 달 지났지만 결과 비공개, 깜깜이 징계 논란

재발방지대책도 미흡, 피해자가 오히려 불안에 떨어

경산시 진량읍에 있는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전경.
경산시(시장 최영조) 출자기관인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문자 갑질 논란(본보 8월20일 1면)을 일으킨 직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놓고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징계 여부를 숨겨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자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경산시는 뒷짐만 진 채 방관하고 있어 ‘제 식구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원 소속 팀장급 직원 A씨는 지난달 초 욕설이 담긴 문자를 게임업체 대표 B씨에 보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술원과 경산시는 지난달 23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대책 등을 논의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인 B씨는 A씨에 대한 징계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기술원 측에서 ‘비공개 정보’라며 징계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징계했으니 믿으라는 일방적인 통보뿐이었다.

공식적인 사과도 거부당했다.

B씨는 기술원 측에 문서상으로 남는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지만, 기술원은 지난달 원장이 A씨에게 구두로 했던 사과 등을 들어 B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재발방지대책 역시 ‘민원처리교육을 실시했다’라는 한 줄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자 불안해진 것은 오히려 피해자인 B씨다.

기술원 측은 굳이 언론에 제보해 일을 키웠다며 B씨를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형국이다.

경산시와 게임업체들이 메타버스 등 콘텐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로 다른 기업에 피해라도 갈까 봐 전전긍긍이다.

B씨는 “가슴이 답답하다. 정신적으로 힘들다”면서 “피해자인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줄 모르겠다. 나는 ‘을 중의 을’일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게임산업협회는 이 같은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최근 경산시청을 방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협회는 이달 말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북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누구 하나를 다치게 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나쁜 전례가 남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이번 일이 잘 마무리돼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관계로 거듭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산시 관계자는 “당사자 간의 일이라 여겨 그동안 적극적으로 개입하진 않았다. 기술원 측과 협의해서 이번 일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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