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획, 한 호흡, 찰나, 순간으로 바람을 담아…대상보다 호흡 그려 생명의 기운 북돋아

▲ 임현락, ‘호흡-1초’
▲ 임현락, ‘호흡-1초’
한국화가 임현락 개인전 ‘호흡 1초라는 시간의 의미’가 다음달 9일까지 갤러리 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 3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9년 작고한 패션 디자이너 고 박동준씨를 기리고자 기획된 ‘Homage to 박동준’의 두 번째 기획전이다.

박동준기념사업회와 갤러리 분도는 생전 박동준 패션 디자이너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청해 갤러리 분도에서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8월 첫 전시에 이어 열리는 두 번째 기획 전시는 임현락 작가가 주인공으로, 그는 수묵화 신·구작을 선보인다.

임현락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호흡, 1초라는 시간의 의미’를 주제로 일 획, 한 호흡, 찰나, 순간으로 바람을 담아낸다.

대상을 그리기보다 호흡을 그리는 임 작가의 선 긋기를 통해 표현된 이 작업은 유채꽃밭의 향기로운 봄바람, 푸릇한 보리의 싱그러운 여름 바람, 갈대숲의 쌀쌀한 가을바람, 앙상한 나무 사이의 칼같이 매서운 겨울바람 등 사계절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생명의 기운은 호흡을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그의 ‘1초 수묵’ 연작들은 작가가 육상선수의 100m 달리기 기록을 보며 착안했다. 짧은 시간 동안 움직인 신체의 거리가 10m를 훨씬 넘는다.

그는 획이 내포한 순간에 주목한다. ‘1초’라는 시간적 개념을 행위로 설정해 극히 한정된 시공간의 밀도 속에 자신을 몰입시키고, 하나가 되고자 한다.

‘1초 수묵’ 연작의 한 획이 움직이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일 순간 시간의 멈춤으로 순간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 임현락, ‘바람이 일다’
▲ 임현락, ‘바람이 일다’
특히 전시장에 설치된 ‘바람이 일다’는 2015년 개인전 갤러리 분도 전시 1층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작품을 3층의 새로운 공간에 재설치한 것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00년 대장암 수술,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암 수술을 받고 또다시 수술을 앞둔 임 작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삶을 달관하고 관조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

그는 평면에 국한돼 발전해온 한국 전통회화를 설치물로 만들고, 퍼포먼스와 영상을 가미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작업 과정을 기록한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53-426-5615.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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