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산중에는 여우가 왕이지만, 여우마저 없다면 셈은 복잡해진다.

▲ 아들의 화천대유 고액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난 곽상도 의원이 지난 26일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 아들의 화천대유 고액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난 곽상도 의원이 지난 26일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내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까지 120일 정도 남은 가운데 대구 중·남구 선거구가 호랑이도, 여우도 없는 공천권 무주공산을 맞았다.

아들의 50억 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퇴직금 사태로 지난 26일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시·구의원 등 공천과정에서 중·남구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덕’을 볼 수 있는 자리는 21석이다.

이는 대구지역 다른 기초자치단체에 비해 월등히 많다.

달서구가 29석으로 가장 많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3명인만큼 국회의원 1명당 8석 꼴에 불과하다. 북구와 수성구도 각 26석과 25석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2명인만큼 1명당 12~13석 꼴이다.

곽 의원은 대구 중·남구 최초 재선 의원인데다 문재인 대통령 저격수로 활동하며 인지도를 넓혀 차기 유력 대구시장으로도 꼽혔다.

그만큼 탄탄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큰 잡음 없이 무난한 공천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아들 문제로 탈당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기존 곽 의원에 줄을 섰던 출마자들은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A씨는 “지금 분위기를 봐서 곽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은 위치에 서게 된 만큼 허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B씨도 “전혀 상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참담함마저 느낀다”며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11월5일 이후 조직위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곽 의원과 다소 거리감이 있던 출마 예정자들은 신이 난 모양새다.

출마를 준비 중인 C씨는 “경쟁자들과 동일한 출발점에 서게 된 만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며 “곽 의원과의 관계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인사들도 벌써 움직이는 분위기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남구 당협위원장 자리에 누가 앉을 지 관심을 끌면서 벌써부터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인사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조명희 비례대표 의원 등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내년 중·남구 선거판이 인기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무한 경쟁이 됐다”며 “드라마와 달리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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