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품일꾼<45>상주 상맥회 향토문화 보존위원회 강용철 자문위원

발행일 2021-10-06 12:52:1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강용철


상주는 구석기 후기부터 낙동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이다.

삼한시대 3대 저수지 중 하나인 공검지(공갈못)를 활용해 비옥한 농토 위에 농경문화를 꽃 피운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경상도의 으뜸 고을로서 상주만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이어왔으나 산업화 시대를 맞이한 후부터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이에 따라 상주지역 젊은이들이 정의와 인간애를 삶의 바탕으로 상주를 새롭게 창조·개척하고자 1963년 3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상맥회다.

1983년 7월에는 향토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기 위해 부설기구인 향토문화 보존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중심에는 상맥회 회장을 지낸 강용철(73) 향토문화 보존위원회 자문위원이 있다. 그는 상주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를 찾고 보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명품일꾼으로 꼽힌다.

강 위원은 상주시청에서 40년가량 공직생활을 한 후 2008년 퇴직했다.

평소 지역을 위해 제대로 된 봉사를 하고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선사시대 이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상주가 오랜 역사에 비해 남은 문화유산이 빈약하며, 남은 유산에 대한 관리도 부실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문헌과 구술 등을 바탕으로 숨겨진 문화재를 찾아 나섰다.

특히 그는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2014년 ‘상주문화재 환수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환수 대상 문화재가 1만6천925점(국내 1만6천816점, 국외 109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주 옥동서원에서 2008년 무단 반출된 국보급 문화재인 명재상 황희 정승 영정을 환수하고자 당시 소장처였던 국립중앙 박물관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승낙을 받았다.

또 중앙승가대가 소장한 삼국·고려·조선시대의 상주 출토 토기와 와당 등 244점을 비롯해 10곳가량의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700여 점을 환수하기도 했다.

숨은 문화재를 찾고자 현장 구석구석을 조사했다. 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50여 곳을 답사한 것이다.

화서면 하송리 내원암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대형 석조(267㎝·237㎝)를 포함한 46점의 소중한 문화재를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2019년 10월 상주의 천년고찰 남장사에서 고려시대 대형 맷돌을 발견한 것을 잊을 수 없단다.

강 위원은 “남장사 담장 밑에서 우연히 옛날 맷돌을 발견했다. 그런데 하부재만 있고 상부재가 없었다. 그곳의 스님과 전문가 등에게 이 같은 이유를 물었지만 다들 모른다고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강 위원은 사찰과 주변을 수십 차례 뒤지던 중 극락보전에서 보광전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에서 모양이 특이한 돌을 발견했다. 그가 그렇게 찾았던 맷돌 상부재였다.

또 최근 공개한 공성면 인창리 고려시대 삼층석탑 등 문화재 7점이 문화재로 지정되도록 문화재청과 상주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1970년도 초에 출토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임진왜란 때 상주 의병장 홍약창이 사용했던 조총과 칼이 경북대 박물관에 소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갑장사에서 도난당했던 고려시대 금동 관세음보살 등 307점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 위원은 상주문화원 이사로서 향토문화 예술진흥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항일 독립운동사 발굴을 위해 힘을 쏟고 있으며, 2018년에는 상주 항일 독립만세 운동 기념식을 처음으로 개최해 선조들의 조국사랑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며 옥고를 치렀지만 그 공적이 알려지지 않았던 만산동의 김성덕 선생 등 4명의 공적을 발굴해 서훈 대상자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했다. 강 위원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10월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그는 현재 프랑스 기메 박물관이 소장 중인 상주 동방사 출토 철조천수관음보살상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용철 위원은 “상주에서도 하루빨리 국보 문화재가 탄생할 수 있도록 문화재를 찾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상주시의 시정구호인 ‘저력 있는 역사도시’ 만들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일기 기자 kimi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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