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횡단보도, 사람 우선의 교통문화

발행일 2021-10-06 15:04: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지역 50번째 ‘대각선 횡단보도’가 최근 중구 경대병원 네거리에 설치됐다. 지난 2000년 수성구 신매초교 앞에 처음 설치된 뒤 21년 만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 친화적 교통시설이다. 편리할 뿐 아니라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역에서도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교통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기존의 교차로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너려면 ‘ㄱ자’ 형태로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한다. 그러나 대각선 횡단보도는 어느 방향이든 한 번이면 족하다. 기다리는 회수도 줄고 시간도 단축된다.

대각선 횡단보도에서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네 방향 차량이 동시에 멈춰선다. 녹색신호 동안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 교통사고 감소에 도움이 된다. 특히 녹색 보행신호 중 우회전하는 차량에 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기존 네거리 횡단보도에 X자 모양의 대각선 횡단보도가 추가로 설치된다. 설치 기준은 대각선 폭이 30m 이내인 네거리 교차로(6차로 이상 불가), 시간 당 차로별 차량 통행량 800대 이하 등이다. 보행자 안전과 교통소통을 위한 조건이다. 대략 왕복 4차로 이하의 교차로가 대상이다.

그러나 같은 대구 내에서도 구별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문제다. 인구, 면적, 예산, 주변 교통여건 등 여러 고려 요소가 있겠지만 보행친화적 교통안전 시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수성구와 북구에는 각각 14곳에 설치돼 있다. 달서구는 10곳, 동구 5곳, 중구 4곳 등이다. 그러나 서구와 남구에는 아직 한 곳도 없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차량의 흐름을 일시 정지시켜 정체를 유발한다. 또 신호연동 단절 등의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보행자 친화적 교통문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다른 도시에서도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가 늘고 있다. 설치 효과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대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구의 경우 21년 만에 50개소에 설치됐다는 것은 차량 소통에만 너무 신경을 쓴 탓이 아닐까 싶다. 대구시와 경찰은 교통량과 주변 여건을 분석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등 보행 약자가 많은 지역에는 최우선적으로 설치를 검토하기 바란다.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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