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575번째 맞는 한글날이다. 대구·경북 자치단체의 한글 사랑 운동이 활발하다. 여러 지자체가 자체 개발한 한글 글꼴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한글 글꼴 보급은 연례 행사로 그치는 의례적인 기념일 행사가 아닌 한글 사랑 행사가 돼 더욱 의미가 깊다. 경북도는 글꼴 개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간판 교체, 관광기념품 제작에 활용하고 공문서와 조형물 등 폭넓게 접목시키기로 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글문화의 확산이 기대된다.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 6일 수성체 3종을 개발해 오는 한글날에 맞춰 무료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서체는 제목용 ‘수성돋움체’, 본문용 ‘수성바탕체’, ‘수성혜정체’로 구성됐다. 수성구는 구를 상징하는 전용 서체 개발을 통해 수성구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기로 했다.

칠곡군은 한글날을 앞두고 훈민정음을 빗대 국민들이 널리 편하게 ‘칠곡할매글꼴’을 이용하라는 의미인 ‘용민정음(用民正音)’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군은 지난 6일 ‘칠곡할매글꼴’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한글 사랑 운동 확산을 위한 ‘칠곡할매 굿즈 전시회’를 열었다. 칠곡할매들이 만든 글꼴을 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병풍, 술잔, 부채 등 홍보 물품을 선보였다. 칠곡할매글꼴은 까막눈 할머니들이 성인문해교육을 받고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후 다섯 명의 할머니가 쓴 글씨를 다듬어 만든 글씨체다.

경북도도 지난 6일 경북을 대표하는 한글 글꼴을 만들어 일반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글꼴은 새마을·호국 정신 등 경북의 4대 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친필 자료가 활용된다. 경북 고유의 한글 글꼴 개발은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상주본)이 발견되는 등 경북이 한글문화 콘텐츠의 본향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의미가 있다.

경북도는 다양한 한글 관련 사업을 주도해 도민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에 글꼴 개발이 완료되면 이를 배포해 한글 간판 교체, 관광기념품 제작은 물론 각종 공문서·행사 조형물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서울 한강체·남산체, 부산 바다체 등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경북에는 안동시의 월영교체·엄마까투리체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자 긍지다.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더욱 가다듬고 사랑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한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다. K-팝 등에 이은 K-한글로 세계인에게 아로새겨지길 기대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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