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도서관의 미래

발행일 2021-10-11 14:03: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부각된 메타버스(Metaverse)가 도서관에서도 환영을 받고 있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올해 전국도서관대회를 메타버스 환경에서 진행하고, 각종 도서관이 메타버스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식생산 플랫폼으로 확대되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이 전통적으로 지식정보 생산의 기반이었던 도서관의 역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진화하고, 그 속에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져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이다.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연동된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1992년 미국 SF소설가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그래쉬(Snow Crash)’란 소설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구체화된 대표적 사례로는 2003년 등장한 세컨드라이프를 들 수 있다.

18년 전에도 세상을 흥분시킨 메타버스 열풍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두바이의 인공섬을 구매하는 등 가상세계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이 뉴스였다. 그러나 대중성과 기술력, 경제활동 등에서 한계에 봉착해 실패했다. 그러나 요즘 부각된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은 5G 상용화와 함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및 온라인 문화가 요구되면서 더욱 주목 받게 됐다.

한국도서관협회는 13일부터 15일까지 ‘#메타도서관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이란 주제로 제58회 전국도서관대회 및 전시회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한다. 슬로건은 공모를 거쳐 ‘도서관인 축제, 여러분도 메타버스 타보세요!’로 정했다. 행사에 활용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더타운과 제페토다. 행사장과 전시장을 조성한 뒤 참가 대상별 아바타를 생성해 가상세계에서 전시, 워크숍, 상담, 온라인 모임,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용학도서관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2021 우리마을 책나눔축제’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프랜드에서 특강과 공연, 버스킹,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을 사흘간 나눠 조성한다. 지역주민은 가상세계에 아바타로 등장해 다양한 행사를 즐기면서 반응도 할 수 있다. 책을 기증하고 교환하는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인증절차를 거쳐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진정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데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활동하지만, 현실과 온전히 연결된 것은 아니다. 현실과 단절된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활동은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지적이다.

도서관을 살펴보더라도 현실세계의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서비스가 메타버스 환경의 가상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비대면 환경인 온라인에서 영상콘텐츠로 제작된 강좌와 전자책 등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 셈이다. 온전한 메타버스 버전의 도서관 서비스를 예를 들어보자. 아바타로 설정된 이용자가 가상공간의 사이버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면 실물이 집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메타버스 서비스라고 할 만할 것이다.

요즘 도서관계에서 시도하는 메타버스 행사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확인하고, 미래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도서관의 핵심역량인 지식정보의 공유를 통한 창조적인 지적활동을 기준으로 볼 때 2021년형 메타버스의 가치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용자를 생산자로 바꿔주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도구를 활용해 즐길거리를 직접 만드는 생태계란 점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탈중앙화가 가능하다. 지식정보의 결정체인 콘텐츠를 시민이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탈피해 메타버스 플랫폼의 도구를 활용하면 오랜 기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템을 창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파워블로거, 유튜브를 기반으로 유튜버가 탄생했듯이 메타버스 환경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메타버스 게임 개발자, 메타버스 공간을 설계하는 메타버스 빌더, 아바타 의류 등을 개발하는 아이템 디자이너, 아바타 드라마 PD 등이 그것이다. 지식정보 생산의 기반인 도서관에서 새로운 메타버스 직업이 속속 등장하길 기대한다.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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