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치마를 입고 산에 올랐더니 등산객들이 자꾸 쳐다봤다. 어찌 등산복을 입지 않았냐는 듯한데 그런 눈길 아랑곳 않는다. 우리 선조들처럼 자연 속을 천천히 걸으며 우주 그물망의 일원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다. 그러니 구태여 등산복을 맞춰 입을 이유가 있겠는가.

경북의 산하는 금은보화를 숨겨놓은 땅이다. 산, 계곡, 땅속 깊은 곳까지 내리뻗은 자연유산도 그러하지만, 겨레의 정신을 품고 있는 유·무형문화유산들이 끝없이 녹아있는 땅이다. 그 땅을 밟을 때마다 거룩한 풍경 앞에 서게 된다. 풍경은 말이 없지만, 사진보다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자아내는 산들의 매무새와 끝없이 인욕하는 계곡의 울림들이 의식을 정화해준다. 내면을 돌아보게 해 한 층씩 마디를 자아내며 성숙하게 해준다. 이것이 경북 여행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

나는 다시 염원한다. 이 아름다운 국토를 걸어 다니며 더욱 깊어지기를, 이 손가락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글꽃들이 이 땅 사방천지로 퍼져 아름다운 향기 드리울 수 있기를.

이 상의 영광을 마땅히 자암(紫巖) 노인께 바친다.

△아동문예 동시,동화부문 등단

△백제문학 희곡부문 등단

△월간문학 민조시부문 등단

△한국수필 수필부문 등단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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