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이 9분 능선을 넘었다. 편입은 사실상 확정됐다. 행정적, 법적 절차만 남았다. 남은 과제는 최종 확정까지 시간을 얼마나 앞당기느냐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14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편입 찬성’ 의견을 채택했다. 찬성이 전체 도의원 59명의 과반수를 넘는 36표였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22표와 1표에 그쳤다.

군위의 대구편입은 지역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핵심 전제조건이다. 편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도의회의 찬성 의견이 필수다. 행안부가 주민대표 기관의 동의를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표결에서 찬성은 지난 9월2일 부결된 1차 상정 때보다 8표 더 많았다. 적지 않은 도의원들이 통합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을 위해 소신을 접고 대구편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상당수 도의원, 통합공항 위해 소신 접어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과 지자체에 극히 민감한 사항이다. 이해관계나 입장에 따라 셈법이 달라진다. 광역지자체 간은 더욱 그렇다. 특정 시·군을 받는 쪽에서는 새로운 발전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내줘야 하는 쪽에서는 그만큼 지자체의 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알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관할 시·군을 송두리째 다른 시·도에 넘기는 행정구역 개편은 광복 이후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과 마찰이 있었다. 1963년 강원도 울진군이 경북으로, 전북 금산군이 충남으로 편입됐다. 1988년에는 전남 광산군과 송정시가 광주광역시로, 1989년에는 충남 대덕군이 대전광역시로 편입됐다. 1995년에는 경북 달성군이 대구광역시로, 경남 기장군은 부산광역시로, 경기도 강화군과 옹진군은 인천광역시로 소속이 변경됐다.

그 중 울진군과 금산군의 소속 도(道) 변경이 이뤄진 시기는 5·16 직후 권위주의 정권하에서였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요즘과 같은 본격 지방자치 시대였다면 그런 개편의 발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에서 다른 도로 소속을 변경하는 것은 대상 지역과 나머지 지역의 정체성, 자존감 등과 연관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58년이 지난 지금도 전북 일각에서는 충남으로 넘어간 금산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에서 광역시로 편입되는 경우에도 갈등은 만만치 않다. 광역시와 그를 에워싼 도는 같은 뿌리여서 정체성이 같다. 하지만 분리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질감이 약화됐다. 소속 시·군을 넘겨줘야 하는 도의 입장에서는 쉽게 찬성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왜 도세(道勢)를 지키지 못하느냐는 비난이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군위편입 건은 상황이 다르다. 대다수 시도민의 뜻은 통합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이번 도의회의 찬성 의견 채택으로 군위의 대구편입을 위한 지역 차원의 정지작업은 모두 끝났다. 편입 반대 또는 유보 쪽에 섰던 도의원들의 충정과 반대 이유는 도의회 의견 청취 과정에서 충분히 도민들에게 전달됐다. 이제는 그런 반대의견이 통합공항의 차질 없는 건설과 대구·경북 동반성장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공은 행안부로 넘어갔다. 행안부는 대구·경북지역의 의사가 명확하게 확인된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 군위군 소속 변경에 필요한 법률개정안 마련, 법제처 심의, 국회 제출 등 후속 입법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행안부, 내년 초까지 입법 절차 서둘러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도 군위군을 대구에 편입시킨 상태에서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 초까지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선거 준비 일정 등을 감안하면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마지막 관문의 책임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대선 등과 관련한 정치 일정이 입법 지연의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통합공항은 미래로 가는 대구·경북의 새로운 교두보다. 군위의 대구편입이 시도민의 숙원인 명품공항 건설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2050년 이용객 1천만 명,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 취항(3천200m 활주로 건설), 통합공항 경제권 조성 등의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 통합공항 건설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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