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대구스포츠단〈19〉펜싱팀

▲ 대구스포츠단 펜싱팀 박준영(왼쪽)과 박광원이 앞으로 뻗어나가는 런지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 대구스포츠단 펜싱팀 박준영(왼쪽)과 박광원이 앞으로 뻗어나가는 런지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펜싱팀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지역 펜싱계도 함께 들썩였다.

대구는 중·고등학교의 펜싱 학생 운동부와 실업팀의 존재로 지역 선수 육성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2016년 창단된 대구스포츠단 펜싱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구 출신의 오은석 플레잉코치(선수 겸 코치)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늘도 피나는 노력으로 성장 중인 대구 펜싱팀에 대해 알아보자.



▲ 대구팀의 박광원이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훈련을 받고 있다.
▲ 대구팀의 박광원이 상대방의 공격을 막는 훈련을 받고 있다.


◆공수 균형이 완벽

대구팀은 2016년 대구시청 소속으로 창단됐다.

감독직 없이 초대 코치로 임명된 오은석 코치를 필두로 3명의 선수가 함께 하고 있다.

대구팀은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 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대구팀은 공격적인 선수와 수비 중심의 선수, 공수 조율이 가능한 선수, 팀의 활기를 불어넣는 파이팅 스타일 선수로 이뤄져 있다.

특히 단체전에서 성향의 균형은 중요하다.

대구팀은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해 많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수의 평균을 맞출 수 있다면 상대 팀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에 유리하고 반면 상대는 대구팀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팀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수비적인 색이 짙다는 등 경우가 많은데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비교적 대응이 쉽다.

대구팀이 추구하는 펜싱은 ‘경기에서 이기려는 마음가짐’을 가장 우선 요소로 보고 있다.

시합 과정에서 투지가 넘쳐야만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

대구팀 관계자는 “시합 시작 직전 상대 선수의 눈빛만 봐도 심리 상태나 경기에 임하는 정신 등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며 “마음가짐이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자신의 수를 쉽게 읽히고 동작을 간파당하기 때문에 정신적 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펜싱은 타 종목처럼 순간적인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특히나 요구되는 요소는 타이밍이다.

속임수(페이크)를 활용해 상대 선수의 허점을 노리거나 실수를 유발시켜 공략한다.

상대의 흐름을 읽고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파고들거나 거리 싸움을 통한 득점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

여기에 선수 개인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공격력도 승리 요소가 된다.

지속적인 공격은 경기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점수를 따낼 수 있는 확률도 최대 8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대구팀 박광원, 송종훈, 박준영(왼쪽부터)이 펜싱에서 중요한 빠른 스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모습.
▲ 대구팀 박광원, 송종훈, 박준영(왼쪽부터)이 펜싱에서 중요한 빠른 스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모습.




◆선수 소개

대구 펜싱팀은 오은석 코치와 주장 박준형과 박광원, 송종훈 4명이 팀을 이루고 있다.

▲ 오은석 코치
▲ 오은석 코치
먼저 오은석 코치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같은 대구 출신의 구본길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쥔 실력자로 경력은 화려하다.

2010년 국제월드컵 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사브르 금메달과 2014년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국가대표 활동, 체육훈장 청룡장 수상 등 한국 펜싱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오 코치다.

그는 공격과 수비에 대한 조율 능력이 뛰어나고 준수한 속도를 갖추고 있다.

공격적이거나 수비적인, 각 선수만의 경기 성향이 있는데 오 코치의 경우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해 상대가 공략하기 어렵다.

20년 이상 이어온 선수 생활로 쌓아온 경험은 또다른 오 코치의 장점이다.

상대로부터 치고빠지는 다양한 과정에서의 타이밍 싸움으로 상대가 대결을 꺼려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 박준영
▲ 박준영
주장 박준영은 오성고 펜싱부 출신으로 지역 인재다.

2018년 대구팀에 입단했고 2019~2020년 2년간 상무 선수로 뛰었다.

상무팀 입단은 ‘하늘에 별따기’라고 불릴 정도로 입단이 어렵다.

입단 기준이 대회 성적과 실력이기 때문에 상무 출신이라면 전국에서 기량을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23세이하 아시아 선수권대회 개인 2위와 2016년 제97회 전국체전 개인 3위를 기록했다.

박준영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순발력이 강점이다.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으로 상대의 심리를 흔들어 승리할 줄 아는 선수다.

고교 시절 유망주로 꼽혔던 박준영은 대학 진학 이후 한동안 주춤했다.

이후 대구팀에서 훈련하며 급격히 성장했고 현재 팀 내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현재 팀의 각종 대회 개인전은 박준영이 도맡아 출전하고 있어 실력만큼은 인정받고 있다.

▲ 박광원
▲ 박광원
올해 대구팀에 합류한 박광원은 파이팅 넘치는 선수다.

박준영과 마찬가지로 상무 제대했다.

박광원의 장점은 침체돼 있는 팀을 본인의 활기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특히 펜싱 단체전에서는 지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점차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를 타파하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구팀에는 박광원이 이러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회에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어 역전의 발판을 제공하는 등 팀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

박광원은 성실함과 꾸준한 개인 관리를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지도진의 판단이다.

박광원은 2015년 제96회 전국체육대회 남자사브르 일반 단체전 2위와 2019년 제59회 대통령배 전국남녀 펜싱선수권대회 국가대표선발전 개인 3위를 차지했다.

▲ 송종훈
▲ 송종훈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송종훈은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송종훈은 174cm이라는 키에 비해 앞으로 뻗어나가며 공격하는 ‘런지’ 동작에 강하다.

몸의 탄력이 좋아 신체 조건을 활용한 공격 동작에 특화돼 있다.

빠른 발을 더해 런지 동작을 극대화하면서 상대 예측보다 먼 거리에서의 공격이 가능하다.

송종훈은 상대의 실수를 잘 유발시켜 공략한다는 장점도 있다.

속임수 동작에 능해 상대에 혼란을 주고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송종훈은 2017년 전국종별선수권대회 개인 2위, 2018년 종목별오픈선수권대회 개인 3위라는 성적을 남겼다.

올해 대구팀으로 온 송종훈은 3년 전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대구에서 재활에 전념한 결과 부상에서는 벗어났지만 목표로 하던 구미 전국체육대회 출전이 무산돼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게 된 아쉬움이 있다.





◆감독 인터뷰

“그동안 개인적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하면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는데 이를 대구스포츠단 펜싱팀에도 접목해 전국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은 게 목표이자 꿈입니다.”

대구스포츠단 펜싱팀 오은석 플레이코치는 향후 팀 발전에 대한 계획과 포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오성고 펜싱부 출신인 오 코치에게 최초라는 표현은 늘 따라다니던 단어였다.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선수 최초로 2013년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다.

또 처음으로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의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받는 등 최초 이력이 다양하다.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창단된 대구 펜싱팀의 초대 코치로 임명돼 현재까지 팀을 맡고 있다.

오 코치는 “창단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대회인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는데 최초, 처음이라는 표현을 대구팀에서도 적용하고 싶다”며 “대회 우승으로 선수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명문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팀은 올해 코로나19로 출전하지 못한 구미 전국체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는 20일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 참가 대회에 대비해 곧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강화한다.

오 코치는 “올해 대회 일정 중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이 남아있다. 속도를 높이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있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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