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전통 동판화 기술로 흘러가는 ‘우리의 삶’ 표현하는 이이영 시각 예술가

발행일 2021-10-21 10:12:3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역문화의 힘, 청년 예술가 〈15〉 이이영 작가

본명 김민주, 출생 월일에서 따온 예명으로 깊어지는 숲 시리즈 선보여

어두운 숲속 물고기,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흘러가는 물고기와 닮아 있어

이이영 작가.
앙상한 숲속 우거진 나무들 사이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물고기는 형체만 알아차릴 수 있을 듯이 아주 작다.

빼빼 마른 나뭇가지들을 지나는 작은 물고기들은 한 방향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

몹시 추운 겨울 숲속을 거닐다 연못을 마주한 것 같다. 밝거나 화려함, 생기는 찾을 수 없고 흰색과 검은색을 띠는 흑백만이 있어 스산하고, 어둡다.

숲은 ‘삶’, 물고기는 삶을 살아가는 ‘인간’과 닮아있다. 일상적이든 그렇지 않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인간은 그 시간에 살며 결국 삶을 만든다.

이이영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에서 작품 ‘이어지는 숲(frowing forest)’을 선보인다.
매년 깊어진 ‘숲’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는 이이영(28·여)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에서 작품 ‘이어지는 숲(frowing forest)’을 선보인다.

물고기는 이이영 작가 본인이자 우리다. 흘러가는 삶을 사는 우리 모두다. 즉 사회 구성원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 작가는 대학 3학년 시절 갑작스러운 일로 슬픔에 잠겨있었고, 문득 본인이 ‘버려진 작은 물고기’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물고기가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다만 물이 아닌 좋아하는 ‘숲’을 배경으로다.

2016년 제작한 대형 동판화 작품 ‘숲-1, 2, 3’을 재해석한 이번 작품은 당시 제작했던 숲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서 실크스크린으로 여러 번 겹쳐 중첩된 숲을 표현했다.

작품은 가로로 5m가량 긴 파노라마 형식의 숲이다. 흘러가고자 하는 물고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는 “따뜻한 세상을 살기보다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 무게를 드러내고자 한다”며 “시간은 노력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흘러가며 우리는 그러한 흐름에 거스를 수 없이 밀려가고 있다. 바로 앞을 알 수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는 모습은 깊은 숲 안에서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물고기와 닮아있다”고 말했다.

본명이 김민주로, 출생 월일인 ‘2월20일’에서 예명을 따와 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이영 작가는 어린 나이지만 짙어진 ‘숲’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 순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거스름 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그의 독보적인 기술인 전통 판화 기법 동판화로 작품을 선보여 진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단순 회화 기법과 달리 깊이감 있게 다가와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이이영 작, 숲-3
지난 4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청년 미술상점에서 판화 기법을 사용한 이이영 작가의 굿즈가 전시된 모습.
계명대 미술대학에 입학한 그는 판화 동아리에 들어갔고, 졸업작품으로 판화작품을 선보인다. 이어 진학한 대학원에서도 조교로 판화실을 관리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판화에 친숙해지는 환경에 놓여 판화작품은 그에게 당연해졌다.

금속판에 그림을 새긴 뒤 종이를 프레스기로 밀어 찍어내는 기법인 동판화는 기계적인 제약과 함께 금속판에 자유자재로 그림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동판화 기술을 보유한 그는 올 하반기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에서 개최한 ‘벨트 2021 프로젝트’의 판화 부분 작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전국에서 공모한 예술가 중 2명에 선정된 것이다.

하지만 동판화 작업에 한정을 짓지 않고 모노타이프 판화, 볼록 판화, 목판화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선명한 색을 활용해 밝은 분위기를 주는 회화작업도 병행한다.

지난 4월에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청년 미술상점에 참가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작품과 굿즈를 판매해 상당한 반응을 얻기도.

그는 “일상을 지내는 평범한 공간에 빛과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새로운 형태와 색을 띠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다”며 “동판화 작업과 회화작업 등 다양한 기법으로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무기력하고 우울했다면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면서 많이 밝아졌고 성격도 바뀌었다”며 “오랫동안 무리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이영 작가는 이달 말까지 아트369와, 오는 12월 초까지 갤러리 진성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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