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헝다(恒大)그룹발 위기설과 전력 부족 현상발 위기설 등이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여기저기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또 다시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새삼 재부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그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논란은 이제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것이 됐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것들은 과거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것 같다.

예를 들면, 중국 경제에 대한 과거의 비관론은 일찍이 고도성장기에 제기된 바 있지만, 그 대부분은 그다지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대표적으로 많은 신흥국이 그래왔듯이 중국도 어느 순간에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해 중진국 수준에서 머물거나 오히려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만 하더라도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겨줄 것이라는 예측이었지만, 이 또한 지금까지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시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이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실적이 예상보다 낮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 18.3%, 2분기 7.9%, 3분기 4.9%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발표되는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8%를 기록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물론, 올해만 생각해 보면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8%나 7% 후반대나 지금의 중국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고성장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단,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가 아니라 4%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의 경제정책 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성장 중심에서 벗어나 고도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불평등 완화를 위해 분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필연적으로 부동산세를 포함한 증세는 물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등 성장 친화적이라고 할 수 없는 많은 정책들이 동반 추진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런 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한 해에 제한되지 않을 것이고, 그 영향도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만약 이 전망대로 이뤄진다면 중국 경제는 지난해 기록한 2.3%를 제외하면 30년 만에 최저 수준의 성장률로 떨어지게 될 뿐 아니라 잠재성장률 역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수렴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분명 달가운 소식은 절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약 18% 수준에 이른 중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정착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마당에 긴장하지 않을 국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특히, 우리 입장에서 보면 전체 수출의 약 26%를 차지하면서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다 주는 중국의 갑작스런 저성장은 정말 반갑지 않은 일이다. 단적으로 중국의 수입 수요가 10%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약 9% 정도 하락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약 0.5%p 악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는 만큼 충분히 주의해야 하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2010년대 중반에 발표된 국내외 주요기관들의 추정치여서 해석 상 주의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쓰던 달던 타국에 비해 중국 경제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해 주길 바라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가 중국 리스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갖춰나가는 수 밖에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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