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차량 주정차 전면 금지법’이 지난 2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주변의 좁고 열악한 도로 사정이나 차량 등교 학생들의 증가 등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겠냔 우려도 있지만,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해 줘야 한다는 대다수 국민의 동의 속에 정부는 시행 초기 일부 혼란이 있더라도 반드시 정착시키겠다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시행 첫날부터 주정차 금지법은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드물었고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들도 단속에 엄두를 못 내는 모습이었다. 법 시행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 혼란상이 그대로 나타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교 앞 도로를 넓히든가, 우회로를 마련하든가 어떤 대책을 내놓고 법을 시행해야지, 무턱대고 주정차를 하지 말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혼란을 예상하고 보완책으로 내놓은 ‘드롭존’(스쿨존 내 승하차 구역) 역시 일부 학교에서 이날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정차 전면 금지가 지켜지지 않은 탓에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 벌어졌다.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는 2020년 3월 이른바 ‘민식이법’ 후속 조치로 2020년 10월 도로교통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시행이 가능해졌다. 스쿨존은 어린이들을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구역으로, 1995년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도입됐지만 그동안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편 스쿨존에서는 이번에 시행된 주정차 전면금지 외에도 정부에서 2020년 1월 발표한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에 따라 이미 지난해부터 차량속도 30km/h 제한과 인상된 과태료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 “현실성 없는 법이다’”

시행 초기이긴 하지만 스쿨존 주정차 전면금지법은 지키기도, 단속하기도 곤란한 애매한 법이 되고 말았다. 아이가 둘이라는 한 학부모(42)는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법은 많은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킬 수도, 단속할 수도 없는 법이 될 것이다. 지금도 학교 인근 스쿨존에 수많은 차들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데 이를 놔두고 단속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드롭존이 설치된지 아예 모르는 학부모가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딸을 뒀다는 30대 학부모는 “집이 학교와 거리가 꽤 멀어 아이를 차에 태워 등교했다. 스쿨존 주정차 금지나 드롭존 얘기는 사실 오늘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단속에 나서기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승하차 구역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당분간은 계도기간을 두고 홍보와 단속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운전자는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스쿨존 단속 구역에 신경 써야 한다. 무심코 주차하다 단속되면 12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전까지는 스쿨존에서도 황색 실선이 있는 도로변에 주정차한 차량만 단속 대상이었지만 이날부터는 스쿨존 전체가 단속 구역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드롭존이 있을 경우 이곳에서의 주정차는 단속에서 제외된다. 과태료는 12만 원(승용차 기준)으로 일반도로 과태료(4만 원)보다 3배 많다. 경찰은 매일 오전 8시~오후 8시에 집중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한편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 첫해인 2020년 한 해 동안 대구지역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59건으로, 2019년(54건)보다 사고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쿨존에서의 불법주정차 단속 건도 2020년 2만6천912건으로, 2019년보다 43%나 증가했다.

올해 행정안전부 국감자료에서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스쿨존 불법 주정차에 대한 시민신고 건이 전국적으로 11만 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구지역 신고 건은 6천879건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았다. 대구에서 시민신고가 과태료 부과로 이어진 경우는 3천697건(부과율 53.7%)이었다.

◆ 또 다른 논란 부른 ‘드롭존’

2020년 정부는 ‘스쿨존 교통안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정차 전면금지 보완책으로 드롭존 설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드롭존은 차량을 이용해 등교해야 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스쿨존 안 승하차 가능 구역으로, 자가용 주정차가 가능한 ‘어린이 승하차 구역’과 스쿨버스 주정차가 가능한 ‘통학버스 승하차 구역’ 등 2개 유형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별로 주변 도로 여건과 등교 시 차량 이용 실태 등에 대한 종합적 상황 파악에 들어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일부 학교에 드롭존을 설치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에서는 9개 초등학교가 드롭존을 설치하고 지난 2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드롭존은 시행 이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스쿨존 안에 승하차가 가능한 구역을 예외적으로 두는 것이 오히려 사고 위험을 더 높인다는 설치 반대 측 주장과, 주정차 전면 금지 때문에 등교가 힘들어질 아이들을 위해 드롭존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실제로 대구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많은 학교가 편도 1차로 도로나 주택가 이면도로 등 좁은 도로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정차를 전면 금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일정 구역에 차를 대놓고 승하차가 이뤄지는 것도 혼란을 키워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학부모 김모(40)씨는 “스쿨존 자체가 어린이 보호를 위해 있는 건데 여기에 따로 승하차 지점을 만들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교 차량에 대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스쿨존 밖에서 주정차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드롭존을 설치하더라도 먼저 교통안전 시설물의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경북에서는 도로 사정상 주정차를 허용하기 어려운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내 공지를 활용하거나 인근 공용주차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 노상 주차면 철거도 ‘걱정’

대구는 전체 차량 수보다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다. 그래서 스쿨존 주정차 전면 금지와 함께 시행하는 ‘스쿨존 노상주차장 철거’를 두고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쿨존 노상주차장이 철거되면 지금까지 이곳을 이용했던 차들이 주차할 곳을 찾아 주택가 이면도로로 몰릴 것이고, 그 결과 주택가 골목이나 이면도로에서 주차 전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기존 대구지역 ‘스쿨존 노상주차면’은 모두 2천426면으로, 중구 222면, 동구 337면, 서구 133면, 남구 122면, 북구 331면, 수성구 603면, 달서구 538면, 달성군 140면 등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당장 사라질 스쿨존 노상주차면을 대체할 주차면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주차면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주차 공간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장기적으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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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지켜지기 힘든 법규다’,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논란 속에 스쿨존 주정차 전면금지법이 지난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대구지역 초등학교 주변 도로에서는 등교 차량과 통행 차량이 뒤섞이는 교통 정체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됐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학교 주변 스쿨존에 차량을 주차해 두거나 정차하는 등, 법 시행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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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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