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울로 결정됐다. 지방의 바람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지방의 반발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에 지방은 없었다. 모든 길은 서울로만 통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방균형발전 외침은 공수표에 불과했다.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조차 눈 감았다. 우선 나만 살면 된다는 진보정권의 진면모를 확인했을 뿐이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의 송현동 부지 최종 선정을 바라보는 지방은 허탈감과 함께 현 정부의 지방 외면에 분노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컬렉션을 전시할 기증관을 서울 송현동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용역 결과 송현동은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어 국내 최고의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인력과 협력하기 쉽고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와 고도지구로 관리돼 접근성, 조망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증관 건립을 계기로 광화문 일대가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지대로 발전하고 서울이 세계 5대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꼭 서울이어야 했나. 아쉬움이 크다. 순회 전시 등 지방 달래기 방안을 내놓았지만 경쟁에 뛰어들었던 지방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대부분 국가자산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현 상황이 자칫 국가 장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묵살했다.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대구를 비롯한 전국 40여 지자체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역을 무시했고 공정성도 결여됐다.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 후보지 결정을 취소해 줄 것을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서울 건립 결정 뒤 각종 시위와 전국 지자체 연대 결성 등 공동 대응도 흐지부지됐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슬며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지방의 한계였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을 서울 송현동에 건립하기로 한 결정은 이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 정권이 지방균형발전 정책 은 공염불에 불과했고 그렇게 할 의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확인했다.

이제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현 정권을 심판하는 길밖에는 없다. 그것만이 지방 외면에 대한 지방의 응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해 충격이 갈 만큼 강도 높은 거부를 투표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가면 지방은 영원히 없다. 힘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정신 차리지 못하는 정권이다. 단단히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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