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그린 풍경화가 좋았다. 그림 속에는 재생 단추를 누르지 않아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화면을 바꾸지 않아도 파노라마처럼 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작품 하나를 읽으면 영화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보고 또 보고 싶은 장면들이 글 속에 들어 있는 참 희한한 일이었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어 갈 길이 바쁜데, 즐거움만 좇고 사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거웠다. 오랜 세월동안 자주 여행길에 오르고, 산천을 찾아 헤맸다. 문학은 항상 미련으로 남아 마음을 붙들고 날 놓아주지 않았다.

좋은 글을 쓰고, 닮고 싶어 무작정 뛰어들었다. 습관에 젖은 틀을 깨며 기초부터 다듬어 나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관념을 배설하거나 문학성과 거리가 먼 글 투성이었다. 문장의 기초부터 이론과 실제까지 체계적으로 배우고서야 수필이 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잘 지도해 주신 김이랑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문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늦었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는 길이 지름길이었다. 돌아보니 분주히 쫓아다녔던 길 위에 낙엽이 쌓인다. 뒤적이면 참한 열매도 섞여있다. 앞으로 차분히 앉아 주운 열매를 엮고 꿰어야겠다.



△‘시사문단’詩 부문 신인상 (2019)

△달성문인협회 회원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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