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경 논란…경찰 내부서도 아우성

발행일 2021-11-22 21:32:5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서 현직 경찰도 비판

성난 여론에 기름 붓는 게시글 등장해 여경무용론까지 나와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은 이웃 일가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 있던 여경이 도망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면서도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옹호하는 게시글도 등장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등 ‘여경 무용론’이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직장인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인천 여경과 관련한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글을 올리는 상황 속 일선 경찰관들도 개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중이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직장 이메일 인증이 필요해 실제 경찰들의 생각을 낱낱이 볼 수 있다.

한 경찰은 여경 인원 비율에 대한 문제보단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나이 많은 팀장, 부팀장들이 여경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금지옥엽 막내딸처럼 대한다”며 “이런 문화에서 여경들이 스스로 ‘내 일을 찾고 경찰관으로서 1인분은 해야지’라는 생각을 할까.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울 윗분들은 또 어떤 기상천외한 여경 감싸기를 시전할까?’, ‘남경 처우개선 좀 해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천 여경과 관련해 익명이 보장된 인터넷과 달리 대구지역 일선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구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사는 “현직에 있으면서 여경에 대한 기준과 경찰에 대한 기준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난다. 출동했을 때 시민들이 안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며 “운동선수 출신 여경들 존경하는 분들 많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극소수다. 경찰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해결책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여경 사건에 대한 여경 반응’, ‘여경 사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게시글이 인터넷에 공유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글에는 ‘여경 동기들끼리 단톡방이 있다는데 이번 여경 사건으로 현장 나가지 말라는 상부지시 내려 올 것 같다고 축제 분위기라고 함’이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또 ‘경찰이라도 눈앞에서 칼을 겨누는데 바로 제압이 가능하냐. 나는 눈 마주치면 나갈 것 같다. 의무감 때문에 인생 종치고 싶지 않다’는 글도 올라왔다.

동구에 사는 B(42)씨는 “경찰, 소방, 군인은 시민을 대신해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존경받고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다”며 “직업의식 없이 단순히 생계유지로만 생각하는 일부 경찰관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한편 인천 여경 논란은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으로 발생했다. 인천 논현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 C경위와 D순경이 해당 빌라에서 ‘주민 E씨가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하지만 D순경은 흉기를 휘두르는 가해자와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그대로 두고 현장을 빠져나오면서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였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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