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소극행정에 새 이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대구MBC네거리

발행일 2021-11-24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문화방송 철거 시작하는데 대구MBC네거리 명칭 변경 논의도 없어

시 도로과, 도로 유지·보수만…지명은 토지정보과 업무

시 자치행정과서 토지정보과로 업무 넘어오며 분장 꼬여

대구MBC가 범어동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 9월6일부터 수성구 욱수동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사진은 범어동 대구MBC 전경.


대구 MBC네거리가 대구시의 소극 행정으로 새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MBC네거리에 있던 대구문화방송(대구MBC)이 수성구 욱수동으로 이전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대구시는 지명 변경에 관한 민원이 없다는 이유로 변경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MBC가 지난 9월6일 완전 이전 후 지금까지 명칭 변경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없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명위원회 소집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명 변경을 위한 지명위원회 소집은 관련 민원이 있어야 열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명 변경과 관련해 대구시 부서 간 업무를 떠넘기면서 논의가 미뤄지는 영향이 크다.

지명위원회 구성은 대구시 토지정보과, 안건 상정은 시설물 관리주체 부서에서 담당한다.

광역도로인 대구MBC네거리의 관리주체인 도로과는 도로 시설물 유지·관리 및 도로 표지판·인도 정비를 담당할 뿐 지명에 대한 업무를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토지정보과 역시 안건 상정을 할 수 없다며 도로과에 업무를 넘기며 두 부서가 명칭 변경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이다.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도로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는 것은 토지정보과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토지정보과는 도로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며, 대구 내 모든 지명을 담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명 변경의 주축인 두 부서가 ‘핑퐁게임’을 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7월 조직개편으로 도로명 등 인공지명을 관리하는 부서가 자치행정과에서 토지정보과로 이관된 영향이 크다.

자치행정과 공공용물재개정위원회가 토지정보과 지명위로 개편되며 상위 법률과 조례의 미흡으로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업무 분장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명위원회가 열려도 지명 변경 절차상 주민 및 구청 의견 수렴을 거친 후 국가지명위원회에 보고·의결을 받아야 해 완전 변경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건물 철거를 위한 대구MBC부지복합개발PFV는 지난 15일 관할구청인 수성구청에 철거 착공 신고를 낸 만큼 MBC 없는 MBC네거리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됐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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