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입재 기간으로 재적스님 전원 참석한 투표 불가능한 상황||주지대행체제 길어지며 신도

▲ 은해사 홈페이지 캡쳐.
▲ 은해사 홈페이지 캡쳐.
주지 공석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의 앞날을 우려하는 신도들의 목소리가 높다.

경북 영천 은해사는 주지 덕관 스님이 지난 7월 조계종 총무원에 사임서를 제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후임 주지를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가 내년 2월까지 동안거가 예정돼 있어 지금 당장 은해사 재적 스님 전원이 참여하는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주지 선출 문제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차일피일 늦어지는 주지 선출로 은해사의 내부 갈등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신도와 지역민들의 걱정과 염려도 커지고 있다.

은해사 주지 공석의 발단은 지난 1월 산중총회를 거쳐 주지로 선출돼 3월 취임한 덕관 스님이 4개월 만인 지난 7월 사임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은해사는 지난 7월부터 주지 직무대행 선출 절차에 들어가 총무국장 혜안 스님을 추대했다.

하지만 통상 3개월 이내에 주지를 선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임 주지를 선출에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은해사 사정에 밝은 신도 A씨는 “통상 임시 주지를 파견해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다 임기 내 사찰을 정상화시켜서 주지를 선거로 뽑는다”면서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선거 및 추천 등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최근 문중 대표 격 스님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둘러 다음달 차기 주지를 추대하는 등 내부적인 회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안거(승려들이 음력 10월15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3개월 동안 문을 폐쇄하고 수행 정진에 몰두하는 시기)가 시작돼 투표가 어려운 상황이다.

은해사 주지는 재적 승려 140여 명의 투표에 따라 다수결로 선정되며, 스님들의 동안거는 지난 19일 시작돼 내년 2월 해제된다.

신도 B씨는 “주지의 빈 자리가 길어지면서 사실상 이미 사고사찰 분위기다”며 “유수한 사찰이 주지를 뽑지 못해 분위기가 어수선한 등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은해사 종무원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잡혀있는 일정은 아무것도 없다”며 “빠른 시일내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어른 스님들의 합의를 거쳐 주지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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