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인선 등을 둘러싼 갈등 논란 끝에 이틀째 당무 거부에 들어갔지만, 이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1일 이 대표와 관련해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윤 후보는 2박3일 충청권 일정의 마지막 날인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휴대전화를 다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락두절과 관련해) 자세한 이유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 있을 수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다.
장 의원은 최근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워왔다.
이에 이 대표의 이날 사무실 방문은 역설적으로 그가 장 의원을 우회 저격하기 위한 깜짝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 측 권성동 사무총장이 전날 이 대표 부재중에 그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30분 간 머무르다 떠난 데 대한 맞불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간단치 않은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에 굽히고 들어가자니 후보로서 권위를 상실하며 주도권 다툼에서 밀릴 수 있고, 그와 정면으로 맞서자니 유연한 위기관리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 사실상 사과와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는 선대위를 이대로 끌고 가면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에게 충격 요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당 대표 사퇴 설이 돌기도 했던 이 대표는 전날에도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으로서 미팅을 하고, 당직자 보고를 받는 등 물밑 활동은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과 부산으로 내려가서는 부산시 이성권 정무특보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을 챙겼다고 한다.
이는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이 대표 조기 복귀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윤 후보 참모들이 ‘지나친 저자세는 취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조언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 후보가 백기 투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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