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환 국민의힘 당 대표실 부실장
▲ 조영환 국민의힘 당 대표실 부실장
부산, 제주, 순천, 울산 찍고 서울로...

지난 3일 밤, 이른바 ‘울산 합의’를 계기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내홍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대표 패싱’에 반발해 지난달 29일 당내 초선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다음날 잠행했다.

대구일보는 5일 이 대표의 잠행에서부터 울산에서의 극적인 합의까지, 대구·경북 출신인 조영환 당대표실 부실장으로부터 이번 사태의 전말을 들어 보았다.

조 부실장은 지난 10여년간 이 대표를 지근에서 보좌해 온, 이 대표의 의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사태의 발단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이 대표는 윤 후보와의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문제는 ‘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가 아니다.

‘윤핵관’을 자처하거나 그렇게 되고 싶은 일부 정치 모리배들의 전횡과 과도한 언행이 문제였다.

일례로 이 대표는 밤잠을 자지 않고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많은 비단주머니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고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싶어 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듣기에 정말 민망한 음해가 이 대표의 귀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돈’ 문제에 있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할 뿐만 아니라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 오는 사람에도 굉장히 조심하는 사람이다.

윤 후보와 인연의 깊이가 얕은 몇몇 인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었다고 본다.

-결국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로 이번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이 대표가 그토록 김 위원장을 모셔 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2011년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맡으면서 두 분의 인연이 시작됐다.

저는 두 분께서 서로의 ‘실력’에 대한 상호 신뢰가 굉장히 두텁다는 것을 느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메세지 구사 능력, 그 특유의 강단 있는 호소력을 ‘넘사벽’이라 믿고 있다.

김 위원장도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막내아들 뻘인 이 대표한테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두 분은 서로의 ‘선수적 자질’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길어질 수도 있었던 이 대표의 잠행이 3일 만에 일단락 되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이 대표가 부산, 순천, 여수를 거쳐서 제주도로 갔다.

언론에는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러 제주도로 갈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저는 윤 후보가 제주도로 가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잠행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주로 가셨다가 이 대표를 만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경우, 두 분 모두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는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현 사태를 중재할 수 있는 의원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리하여 서 실장의 도움으로 김기현 원내대표, 서일준 윤 후보 비서실장, 김도읍 정책위의장에게 이 대표의 심경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저는 김 원내대표가 먼저 이 대표를 만나서 그 의중을 들어본 후, 윤 후보를 만나 이 대표의 의사를 전달하고 거중 조정을 거친 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만나는 그림을 만들어 줄 것을 간청했다.

많은 분들의 지원으로 지난 3일 밤 대한민국 정치사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대표와 동행하면서 가교 역할을 해주신 김철근 정무실장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