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영·호남의 대표 도시인 대구시와 광주시 간의 협력 관계가 부각되면서 달빛동맹이란 용어가 자주 쓰인다. 이 말은 2013년 대구를 상징하는 ‘달구벌’과 광주를 상징하는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와 만들어진 것으로, 물론 공식적으로 쓰인 게 이때쯤이고 그전에도 지자체나 언론에서는 종종 사용되긴 했다. 대략 처음 나온 시기는 2009년께로 보는데, 당시는 대구·경북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되자 광주시와 대구시가 의료산업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을 즈음이다.

2013년 대구시와 광주시 간에 교류협약이 체결된 이후 두 도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2·28 학생민주의거 기념식에 서로 참석하는 등 교류의 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에는 두 지역 광역시의회에서 각각 조례를 제정해 ‘달빛동맹 민관협의회’라는 교류 협력을 위한 민간단체가 발족하게 됐다. 여기에는 두 지역의 각계 전문가 30명이 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그 회의는 상반기 광주, 하반기 대구 식으로 두 지역을 번갈아 가며 열렸다.

이렇게 우의를 쌓아가던 두 지자체는 최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을 계기로 이 민관협의회를 ‘달빛동맹 발전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 수는 기존 30명에서 40명으로 확대하고, 위원회 기능도 대폭 강화해 기존의 공동협력 사업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동반 성장을 위한 사업 발굴 및 지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통합 등에 이르기까지 공동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안건을 의제로 삼기로 했다. 또 위원회 산하에 분과위원회도 별도로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밑바탕에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가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대구와 광주 시민들에겐 서로에게 감동을 전하는 기회가 됐다.

2020년 2월 광주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구에서 마스크 1만 장을 지원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로 대구가 위기에 처하자 광주에서 손소독제, 생필품세트 등 물품 지원은 물론이고 2월 말께는 의사, 간호사 등으로 달빛의료지원단을 꾸려 대구에 파견했다. 또 3월에는 대구 확진자 중 일부를 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요양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맡아주었다. 이와는 별개로 광주시의사회, 광주은행, KIA선수단, 광주시교육청, 광주흥사단 등 민간에서도 대구에 성금과 물품을 지원했다.

대구에서도 보답과 지원에 나섰다. 7월 들어 광주에서 확진자가 증가하자 대구지역 의료병상 200개를 광주 확진자들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대구시장이 직접 광주시장에게 전했다. 8월에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주 시민들을 돕기 위해 대구지역 간호사 10명이 전남대병원에 파견됐으며, 대구의 민간단체에서도 광주를 도우려고 손발을 걷어붙였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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