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캠프워커 돌아온 날…마지막 원주민, 눈물의 작별

발행일 2021-12-09 17:02: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0일 남구 캠프워커 반환부지에서 담장 허물기 행사 열려

담장 너머 대명5동 마지막 원주민 차태봉씨, 12일 이사 예정

캠프워커 반환 호재로 작용, 재개발 열풍 속에 쓸쓸한 퇴장



대구지역 ‘금단의 땅’이였던 대명5동 캠프워커(미 육군 비행장)부지 인근에서 67년간 살아온 차태봉(81)씨가 9일 오후 삶의 터전이였던 작은 점포와 집안 물품들을 정리하며 이사준비를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100년 만에 주한미군 캠프워커 담장이 무너지던 날, 담장 너머 마지막 원주민은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70년 가까이 한 자리에 살면서 이젠 애증의 증인으로 남게된 대구 남구 대명5동 ‘최후의 원주민’ 차태봉(81)씨 이야기다.

차씨는 6·25전쟁 당시 열 살 때 그의 가족과 함께 대명5동에 정착했다. 이사 온 집이 하필 헬기장 담장 바로 옆이었던 게 캠프워커와 악연의 시작이다.

그를 비롯한 대명5동 주민들은 한평생 미군 부대를 이·착륙하는 헬기 소음 피해에 시달렸다. 귀를 찢는 굉음과 진동에 주민들은 신경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소음 피해가 계속되면서 40여 가구에 달했던 마을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어느덧 그 혼자 남았다.

이날 차씨가 대명5동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해 33년간 미군 부대에 제출했던 헬기 소음 관련 민원서류들을 보여주고 있다.
차씨는 1990년부터 33년간 대명5동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헬기 소음 대책위원장을 맡았다. 70세가 넘는 노구로 캠프워커 담벼락을 넘었다가 감옥에 갇힌 경험도 있다.

수십 년간 오매불망 바라왔던 일이 드디어 현실이 됐지만, 차씨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담장 허물기 행사 이틀 후인 12일 67년간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남구 전역을 뒤덮은 재개발 열풍은 차씨가 거주하던 대명5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캠프워커 반환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원주민들의 퇴장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차씨는 “수십 년간 고통에 시달리다 이제 좀 편해지나 했지만, 재개발 열풍이 불면서 정들었던 주민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주민들과 눈물로 헤어졌다”면서 “덧없는 인생인 것 같다. 정들었던 캠프워커 부지에도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10일 캠프워커 반환부지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조재구 남구청장, 쇼혼 미 육군 대구기지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담장 허물기 행사를 진행한다.

대구 캠프워커 부지반환을 기념하는 ‘시민과 함께 허무는 100년의 벽’ 행사가 10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5동 캠프워커 관제탑 인근에서 개최된다. 9일 오후 시 관계자들이 행사준비에 분주하다. 김진홍 기자.
이번에 반환되는 캠프워커 내 부지는 동편 활주로 3만7천917㎡와 헬기장 2만8천967㎡이다. 이 부지는 1921년 일본군 경비행장으로 조성된 이후 국군비행장, 미군활주로 등 줄곧 군사시설로 활용되면서 시민의 출입이 금지됐다.

캠프워커 반환 부지에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대구대표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3차순환도로 건설과 함께 평화공원,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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