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FEZ 창설 멤버, 13년간 해외 투자유치 업무 담당||‘일본통’으로 통해, 구역 7개

▲ 최종섭 PM은 “유치한 기업들이 지역사회에서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 최종섭 PM은 “유치한 기업들이 지역사회에서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업 유치는 행정의 종합예술로 불린다. 개인의 능력은 물론 조직, 투자자, 시기, 금액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완성되는 한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 냈을 때의 성취감은 어떤 쾌감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투자유치 전문가들이 모인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DGFEZ)에서 압도적 성과와 존재감을 발휘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지식하이테크유치과 최종섭(60) 프로젝트매니저(PM)의 이야기다.

최종섭 PM은 올해로 설립 13년 째를 맞은 DGFEZ 역사의 산증인이다. 창설 멤버인 그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청에서 해외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3년 간 그가 접촉한 기업만 1천여 곳이며, 방문한 곳도 500여 곳에 달한다.

특히 ‘일본통’으로 통하는 그는 청에서 유치한 7개 일본계 기업 중 5개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기업 유치는 혼자 잘나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직원들이 함께 뛴 결과물”이라며 겸손해했다.

최 PM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입사 전 경북관광협회와 안동축제조직위원회에서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었다.

관광객처럼 일회성 방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영원히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일 말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가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도전에 나선 이유다.

그는 투자유치의 노하우로 ‘신뢰관계’를 첫손에 꼽는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신뢰관계 구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은 자주 만나야 신뢰관계가 구축된다. 하지만 해외기업의 경우 이 같은 방법은 용이치 않다. 과거 관광업계를 주름 잡았던 이력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그는 “투자자가 어느 지역에 있다고 하면 그 지역의 관광 요소를 끄집어내 이야기를 전개하면 효과를 봤다”면서 “일본 기업 투자자들과 연배가 비슷하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웃음 지었다.

▲ 최종섭 PM은 최근 정치가 경제에 스며들면서 투자 유치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 최종섭 PM은 최근 정치가 경제에 스며들면서 투자 유치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기업 유치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구·경북의 지리적 환경은 차치하더라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외교 분쟁은 그를 힘 빠지게 만들었다. 특히 2019년부터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 왔다.

그는 “과거에는 정치와 경제는 별개의 문제였다. 최근 경제에 정치가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업계에도 냉기류가 돌았다”며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는 직격탄으로 다가 왔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온라인상에서 메일을 주고받고, 온라인 투자설명회에서 피 튀기는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순탄치 않은 길이지만, 유치한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다.

그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설명하기 어려웠다”며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라고 말이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유치한 기업들이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해 지역 우량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해외에서 왔지만,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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