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 예술가 〈21〉 비보이 손석희||대구 기반의 세계적 크루 ‘티지브레이

▲ 비보이 손석희.
▲ 비보이 손석희.
“새롭고 어린 비보이, 비걸 친구들이 생겨나고 다른 지역 댄서들이 대구의 브레이킹씬에 함께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대구에서 비보이(B-BOY·브레이킹 춤을 추는 사람)로 활동하고 있는 손석희(34)씨가 웃으며 말했다.

경주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텔레비전을 통해 우연히 비보이 댄스를 접한 뒤 비보이 세계로 빠져들었다.

친구들과 놀이 삼아 흉내를 내던 꼬마가 영상, 청소년 수련관 등을 통해 춤추는 형들을 따르며 보고 배운 실력은 갈수록 늘었다.

고등학생 1학년이 된 그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비보이 크루 ‘티지브레이커스’의 팀원에게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다. 이후 매주 주말 경주에서 대구를 오가며 연습했고, 오로지 팀 활동에 매진했다.

손씨는 “또래 친구들이 게임, 운동할 때 춤만 췄던 것 같다. 춤 외에는 하고 싶었던 게 없었다”며 “좋아하는 형들을 따라 춤을 배우는 게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이유로 대구에 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고, 대구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완전히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 비보이 손석희씨가 활동하는 티지브레이커스가 2015년 성주의 한 축제에 참가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비보이 손석희씨가 활동하는 티지브레이커스가 2015년 성주의 한 축제에 참가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티지브레이커스가 무대에 오른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티지브레이커스가 무대에 오른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비보이팀인 티지브레이커스는 2004년 창단된 크루로, 당시 대구 표기명이었던 ‘TAEGU’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 팀은 현재까지도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브레이킹 실력 하나로 전국을 섭렵하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6년 중국 드래곤스타일 대회의 10주년 팀 배틀대회 우승 및 일본 규슈 아일랜드 잼 비보이 배틀대회 준우승, 2017년 벨기에 LCB 한국예선 우승, 2018년 전주비오비 그랑프리 3위 등을 수상하며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그는 팀 활동에 전념하며,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 훌쩍 넘는 시간을 비보이로 활동하게 됐다.

하지만 고난도 불쑥 찾아왔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권 비보이 크루가 다수 참여하는 등 미국에서 열리는 큰 세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열린 서울 예선 대회에서 부상을 입은 것이다.

무대에 내려온 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무릎 연골이 다 찢어져 활동이 어렵다는 진단에 경주에 내려와 6개월 가량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대회에 오르기 위해 몸을 혹사하며 무리하게 연습했던 게 탈이 났던 것 같다”며 “당시에는 예선 대회를 끝마쳐서 다행인 생각이 먼저였다”고 웃음 지었다.

현재 그는 브레이킹이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팀원들과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 비보이 손석희
▲ 비보이 손석희
또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비라잎 댄스학원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로 이전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지만, 다시 열릴 무대와 대회를 앞두고 항상 준비 중이다”며 “특히 어린 친구들의 브레이킹 실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비보이 무대를 넓히는 게 최종 목표인 그는 올해 브레이킹 문화의 발전을 위한 티지브레이커스 주최의 ‘제3회 티지세션 대회’, 비보이 배틀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손씨는 “코로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대구에서 비보이 활동 팀이 유일해 저희 팀원들은 비보이 무대를 넓혀야 한다는 사명감과 어린 친구들을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항상 에너지 넘치고 신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관객에게 환호성이 절로 나올 수 있는 무대를 계속해서 만들어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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