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한쪽이 헛발질하면 다른 쪽은 자기들끼리 싸운다. 엎치락뒤치락 오리무중이다. 앞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한번 더 출렁일 것 같다. 외국인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흥미진진하고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조바심이 난다.

대통령제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 미국의 선거를 살펴보자. 미국인들은 정당과 후보 두 가지를 신중히 평가한다. 먼저 정당 선택이다. 집권당인 여당 혹은 야당을 택할 것인지는 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성과와 공약 이행 등으로 판단한다. 다음은 후보 선택이다. 후보자의 리더십, 도덕성 등 자질과 함께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 등 능력을 평가한다. 정당과 후보를 종합평가해 투표를 한다. 각 주는 개표 결과, 표를 많이 얻은 정당의 후보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준다. 그리고 모든 주 선거인단의 반 이상을 얻은 정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지난번에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이번에는 민주당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됐다.

의원내각제도 절차는 다르지만 선택 기준은 같다. 현 정부가 잘했으면 계속해서 집권하도록 여당을 밀고,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야당을 택한다. 각 지역구에서 의원이 선출되고, 정당별 비례대표 의원도 정해진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하원의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된다. 일본의 경우 자민당이 계속 승리했지만, 당대표가 아베, 스가, 기시다로 바뀌며 차례로 총리가 됐다. 이와 같이 내각제나 대통령제 모두 정당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날의 정치를 정당정치라고 한다.

우리도 정당정치를 택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가 잘한 점을 강조하고, 야당은 잘못한 점을 지적한다. 그런데 여당후보가 현 정부 정책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여당후보도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당 후보가 한 배를 탄 정부를 탓하는 것은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유권자는 지난 선거에서 현 대통령을 자연인이 아니라 정당 소속의 후보로 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판을 할 때는 집권당원으로서 먼저 사죄를 하고, 반대 이유와 개선 방안까지 함께 밝히는 것이 적절하다. 또 정부 정책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그때 멈추도록 노력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당의 후보로 나서지 말거나, 후보 경선 때 짚었어야 마땅하다. 최근 여당 대표는 후보가 현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따로 놀면 국민들이 다시 여당후보를 택할지 의문이다.

한편 야당후보는 비판도 하지만 개선책이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언론이나 시민단체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폐지하고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안 없는 비판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여야 후보들은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공약을 발표해왔다. 최근에는 ‘탈모’와 ‘멸 콩’과 같은 자극적인 것에 매달리고 있다. 이제 외교와 안보, 부동산과 세제, 전염병과 방역, 4차 산업과 기술혁신,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지방분권과 인프라 확충, 교육과 문화예술, 관광과 항공 등 각 분야의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종합 발표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국민이 보는 앞에서 토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의 공약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비방으로 흐르기 쉽다. 또 선심성 공약, 재원조달, 실현가능성 여부를 미리 검토하면 진지하고 효율적인 토론이 된다. 그리고 국민들이 어느 당의 누구를 택하기도 쉬워진다.

후보들의 자질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은 애국심과 리더십이 필수적이지만,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성품과 행동이 솔직하고 진중해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그간 살아온 길과 성과, 앞으로 공약을 얼마나 성실하고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도 살펴야 한다.

앞으로 5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중요한 일을 허수로이 할 수 없다. 훌륭한 리더를 택하면 융성하고, 잘못 선택하면 쇠퇴하게 됨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러므로 지금은 정당과 후보의 평가와 검증에 집중할 때다. 호랑이처럼 신중하고 침착하게 살피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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