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손이 치익 칙,/화분에 물을 뿜다//홰뜩, 뿜개를/ 제 발에다 뿜어대요//준이 너! 듣는 척 만 척/“내 발도 꽃이야.”// 그렇구나 준이야/ 네 발도 꽃이구나// 발 닿는 자국마다/ 하하 호호 피는 꽃//일곱 빛 무지개보다/더 곱게 피는 꽃.

「내 발도 꽃이야」(아동문예, 2022)

동심은 천심이다. 자연 그대로의 마음이다. 여기 맑고 향기로운 동심을 가진 한 시인이 있다. 살뜰한 동심의 노래 예순 편을 세상에 널리 펼친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마음이 메말라지기 쉽다. 최화수 시인은 어릴 적 그 마음 그대로인 채로 여러 사물과 세상을 살핀다. 따사로운 눈길로 동심을 보듬어 안는다. 섬세한 손길로 쓰다듬으면서 아름다운 시어를 동원해 노래를 엮는다. 그렇기에 그의 동시조는 살뜰하다. 읽는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어쩌면 이렇듯 다정다감하게 아이들의 마음과 생활 그리고 놀이를 노래할까, 그런 생각이 든다. 천심인 동심을 잘 가꾸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의 두 번째 동시집 ‘내 발도 꽃이야’는 시조 형식을 갖춘 동시조집이다. 동시조는 동심을 시조 형식에 담은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 어린이들의 생각과 정서, 당면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린 독자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민거리나 놀이를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욱 까탈스러운 분야다.

책속에 담긴 표제작인 ‘내 발도 꽃이야’를 보자. 발이 꽃이 된다는 생각을 어른이 하기는 어렵다. 네 살 손이 치익 칙, 화분에 물을 뿜다가 뜻밖에도 홰뜩, 뿜개를 제 발에다 뿜어대는 것을 어른은 보고 깜짝 놀란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준이 너!, 라고 외쳤지만 별무 소용이다. 듣는 척 만 척하면서 별안간 내 발도 꽃이야, 라고 외친다. 그 순간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돌발적인 발상이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 그렇구나 준이야 네 발도 꽃이구나, 하고 동의한다. 발 닿는 자국마다 하하 호호 피는 꽃이자 일곱 빛 무지개보다 더 곱게 피는 꽃을 정겹게 바라본다. 이렇듯 꽃 소동은 행복하게 끝이 난다.

‘궁금이 아기 새’를 보자. 아기 새는 궁금이다. 하여 둥지 밖이 몹시 궁금하다. 부리를 한껏 내밀고 바깥 맛을 본다. 많이 볼 수는 없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쬐금 맛보면서 햇살 한 마디 짭짭거려보고 바람 한 숟갈 호로록 들이마셔 보면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풀어본다.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또 한 편 ‘마스크 놀이’는 요즘 우리 생활을 잘 노래하고 있다. 약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 왜 저렇게 줄 서냐고 엄마에게 물었는데 마스크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렇다고 답해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보니 준이네 장난감도 기다랗게 줄을 섰다. 준이는 뽀로로와 루피, 콩순이, 바나클…, 이라고 정겹게 부르면서 입에다 마스크 대신 대일밴드를 붙여주며 코로나야 잘 가!, 라고 인사한다. 그 마음씀씀이가 참 어여쁘다. 준이의 소원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최화수 시인은 자신 속의 또 다른 아이를 통해 맑고 향기로운 마음을 가꾸면서 살뜰한 동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예를 들지 못한 작품들에서도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찾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고 한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멋진 또 한 권의 동시조집, 맑고 향기로운 노래로 엮은 ‘내 발도 꽃이야’가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오래도록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이정환(시조 시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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