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원도심의 명물 골목 중 하나인 북성로가 문화·예술과 관광 명소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소식이다. 명물 골목들이 업종 쇠퇴와 재개발사업에 떠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뤄지는 지자체 차원의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젊은 예술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북성로에서는 그동안 개인, 기관의 전시, 공연, 행사, 축제가 많이 있었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홍보가 없어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중구청의 시도는 이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북성로가 문화·예술과 젊음이 넘쳐흐르는 거리로 새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대구 중구청의 ‘북성로 문화 플랫폼 및 도시브랜드 구축 사업’은 세 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1단계는 여러 곳에 흩어진 기록물 등 문화·예술 자산을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문화플랫폼을 구축하는 작업으로 10월까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 관계자들 간 협업을 위한 거버너스도 구성하고 콘텐츠 발굴 등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된다. 또 이 기간에 주민 공모나 전문가 자문,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북성로 브랜드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옥마을 하면 전주를 떠올리는 것처럼 북성로 하면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를 네이밍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구축된 문화플랫폼을 기반으로 북성로 브랜드를 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가고, 최종적으로는 북성로를 전 국민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로, 그리고 예술인들이 모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예술집합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북성로는 사실 처음 도로가 생긴 일본 강점기 때부터 6·25전쟁 이후까지도 대구의 대표적 문화거리였다. 구상 유치환 이중섭 조지훈 같은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당시 자주 찾은 곳이었고 대한민국 1호 음악감상실 녹향도 이 근처에 있었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 부대가 이 근처에 주둔하면서 군부대에서 나오는 폐공구들을 거래하는 점포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공구골목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북성로 역시 시대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나 있을 순 없었다. 2009년 중앙대로의 대중교통지구 지정, 2012년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등은 업종 쇠락으로 어렵게 자리를 지키던 상인들에게 직격탄이 됐고, 지금의 북성로는 그 상인들이 떠난 자리를 젊은이들이 대신하고 있다. 수제화 골목이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 디자인숍, 가죽공구 가게들로 바뀐 것도 그런 변화 중 하나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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