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도가 정부에 탈원전 피해액 29조 원 보상과 탈원전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국내 전체 28기 원전 중 13기가 있는 경북도로서는 정부 정책의 혼선 탓에 그동안 주민이나 지역이 입은 경제적 피해를 고려할 때 당연히 할 수 있는 요구다. 정부는 과거 폐광지역을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한 선례가 있는 만큼 경북도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경북도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한 ‘원전지역 피해 분석 및 대응 방안 마련’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경북에서 입은 피해 규모가 총 28조8천12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평균 원전가동 기간을 60년으로 볼 때 계획된 원전 건설을 중단하거나 백지화할 경우 생산 15조8천135억 원, 부가가치 6조8천46억 원, 지방세 및 법정지원금 6조1천944억 원 등의 피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기간의 고용 감소도 13만2천997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추정치이긴 하지만 탈원전 피해 규모는 경북도의 2022년 예산 규모가 11조2천527억 원임을 고려할 때 2년 치 예산을 훨씬 넘는 금액이다.

알다시피 경북의 탈원전 피해는 순전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탈원전이 없었다면 이게 다 지역에 풀렸거나 풀릴 ‘돈’이란 점에서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크면 컸지 절대 작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주 월성원전 1호기가 조기 폐쇄됐고 건설 계획이던 영덕 천지원전 1, 2호기가 백지화됐으며, 실시설계가 50% 가까이 이뤄진 상황에서 울진 신한울 3, 4호기가 건설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경주 울진 영덕 등 3개 시, 군은 지역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전체 세수의 60%를 원전 운영에 의존해온 울진은 인구까지 줄어 5만 명 선이 붕괴했으며 영덕은 409억 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1월17일에는 국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원전이 있는 3개 시, 군 단체장, 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들은 대경연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경북의 사회·경제적 피해 보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그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 달라고 했다. 제시된 보상 방안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수명 완료 예정인 원전 운영 연장 △지방경제 및 재정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 대책 마련 △폐광지역 지원에 준하는 ‘탈원전 피해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 네 가지다.

이중 폐광지역 지원에 준하는 ‘특별법’은 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강원도는 석탄산업이 시대 변화에 따라 사양화하면서 많은 탄광이 폐광돼 지역과 주민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치권이 중심이 돼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한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민자사업 유치나 대체산업 육성, 교부세 확대 및 조세 감면 등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지역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날 ‘안전에 대한 우려 탓에 모두가 기피 시설로 인식하는 원전을 경북에서는 50여 년간 운영하며 정부 에너지정책을 수용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엄청난 피해로 나타나고 있다’며 ‘피해 규모가 구체적으로 나온 만큼 이에 대한 정부 보상이 필요하며 보상이 이행되지 않을 때는 소송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는 지금 친환경 시대를 맞아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은 친환경성과 안전성의 측면에서 양날의 칼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나라 말만 듣다 애먼 피해를 보고 있는 국민에게 그 피해만큼이라도 보상을 해 주는 건 정부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얼마 전 경북도가 대선 후보들에게 제시한 ‘경북도 원자력복원 프로젝트’ 구상을 새겨들어 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한다. 경주, 울진에 SMR(소형모듈원전) 특화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국가적으론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지역에는 탈원전 피해 지원 보상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나 정치권에서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준우 논설위원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