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선행은 있다“…대구 동구 민간사회안전망 조동래 연합회장

발행일 2022-01-24 14:29:1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휴먼 리소스<79>대구 동구 민간사회안전망 조동래 연합회장

대구 동구 민간사회안전망 조동래 연합회장이 그동안의 봉사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살다 보면 ‘대가 없는 선행은 없다’라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누군가 나에게 이유 없이 선행을 베푼다면 그 목적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만 선행이 10년 넘게 이어진다면 그 진정성을 인정해 줄 법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인생의 3분의 1을 바친 사람이 있다. 대구 동구 민간사회안전망(이하 민안망) 조동래 연합회장 이야기다.

민안망은 1990년대 후반 IMF로 많은 이들이 생계절벽으로 내몰리자 정부에서 법적 테두리 밖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을 구호하기 위해 설립했다.

그가 동네 선배들을 따라 멋모르고 민안망에 가입한 지도 20년째다. 주변인들은 다 뜯어말렸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버텼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생업보다 먼저일 정도로 봉사에 빠져들었다.

지난해부터는 동구 22개 동 전체 민안망을 이끄는 회장으로 추대됐다. 그의 봉사 DNA를 동 위원장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신암4동 민안망은 동 단위 봉사단체로는 제법 큰 매년 400만~500만 원가량의 성금을 모금, 법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주민들을 돕고 있다. 매년 명절마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기부하는 것을 기본으로 난방비, 전기, 석유, 집수리, 화재가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일 신암동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에서 민안망의 진가는 드러났다. 2층 단독주택이 완전히 전소되면서 기초수급자였던 세입자들은 오갈 데 없이 엄동설한 추위에 노출됐다. 법적으로 이들을 도울 방법은 전무한 상황.

민안망은 인근 모텔을 급히 섭외, 이들에게 집수리를 마칠 때까지 새로운 임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불탄 가재도구도 구매해 피해 가족들의 재기를 도울 계획이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단 1원의 정부 지원 없이 사비와 후원금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가 하루가 멀다고 후원자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조 위원장은 “아무리 의로운 일이라도 선뜻 성금 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후원해 주는 분들에겐 너무 감사해서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특히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볼 때면 부모 생각이 나서 마음이 미어진다고 했다. 고독사를 1주일 넘게 발견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쓸쓸한 죽음’이다.

슬픈 와중에도 그는 묘수를 생각해냈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섭외해 유제품도 제공하고, 구호활동도 병행하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 덕분인지 신암4동에선 수년째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런 그도 국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작은 상 하나 받지 못했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만 했을 뿐 홍보에는 무신경했던 탓이다. 상 욕심은 없지만, 그와 민안망 회원들의 노력이 평가절하 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소리소문 없이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지자체에서도 이들을 조명해 줬으면 한다. 그들의 희망과 의지를 꺾어선 안 된다”며 “내가 살아온 터전이다.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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